정치 대통령실

강경화 외교장관 강행… 靑-야당 치킨게임 들어섰다

청와대 "한미정상회담 준비 등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야당은 "국회 무시한 폭거" "국민에 대한 선전포고"

추가경정예산 처리 등 두고 강 대 강 대치 불가피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후 2시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강 후보자를 지명한 지 28일 만이다. 야당은 “국회와 국민을 무시한 폭거” “국민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강력 반발하고 있어 청와대와 정면 충돌했다. 정국이 급속도로 경색되면서 추가적인 장관 후보 임명, 추가경정예산 등을 두고 양측간의 강(强) 대 강(强) 구도의 치킨게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치킨 게임은 1950년대 참가자가 누가 더 용감하느냐를 가리기 위해 양쪽에서 차를 몰고 마주 보고 달린 극단적인 게임에서 유래한 것으로 한쪽이 양보하기 전에는 파국에 이르는 상황을 뜻하는 정치·외교적인 용어다.


이날 문 대통령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친 강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보고서를 국회가 채택하지 않자 전날까지 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했고, 이에 국회가 아무런 응답이 없자 법 절차에 따라 이날 강 후보자를 임명했다. 청와대가 야당의 반발에도 강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한 것은 열흘 앞으로 다가온 한미정상회담과 연이어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준비가 발등의 불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한미정상회담에선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자유무역협정(FTA), 주한미군 주둔비 인상 등 각종 현안을 놓고 한미 간 이견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어 외교 당국 간 사전 조율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야당이 강력 반발하고 있어 향후 정국은 강 대 강 대치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은 이날 청와대가 강 외교부 장관을 임명하자 “국회와 국민을 무시한 이번 폭거를 강력히 규탄하며 즉각 대응에 나서겠다”며 “민주주의 원칙도, 역량 있는 외교부 장관이라는 실리도 찾아볼 수 없는 인사참사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국민의당 손금주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청와대는 능력과 도덕성 검증으로 장관 후보자를 가려야 한다는 원칙을 무너뜨리고 인사청문회와 절차적 민주주의를 무력화시켰다”면서 “오직 대통령의, 대통령에 의한, 대통령을 위한 제왕적 행태만 있을 뿐 협치도, 국회도, 국민도 실종됐다”고 지적했다.

한국당도 문재인 대통령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임명에 이어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임명 방침을 밝히자 “선전포고”로 규정하고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특히 한국당은 문 정부의 인사 검증 시스템이 완전히 무너졌다며 조국 민정수석에 대해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더이상 협치를 않겠다는 협치 포기 선언”이라며 임명 철회를 요구했다. 정 권한대행은 이날 국회에서 원내대책회의를 열고 “국민의 눈에 어떤 문제나 결격사유가 있어도 내 맘대로 한다는 오만과 독선의 의미가 담겨 있다”며 “모든 문제의 시작은 문 대통령 본인의 잘못된 인사에서 비롯됐다”고 비판했다.

바른정당도 이날 항의의 표시로 19일 예정된 국회의 6개 상임위 회의에 불참하기로 했다.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오후 당 지도부와 국회 외교통상위원회 간사진 긴급회의 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내일 예정된 상임위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강경화 신임 외교부 장관이 18일 오후 청와대에서 임명장을 받은 뒤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강경화 신임 외교부 장관이 18일 오후 청와대에서 임명장을 받은 뒤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정수현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