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원(사진) 두산그룹 회장이 그룹의 재무 부담에 대한 시장의 우려에 대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이 그룹의 자금 사정과 관련해 직접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박 회장은 18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구조조정이 마무리 단계에 있고 (계열사들의 자금 지원이 집중된) 두산건설도 더 이상 자금이 투입될 게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과도한 차입과 주력 사업의 업황 부진 등이 겹치며 재무구조가 나빠진 두산그룹은 지난 2015년부터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고강도 구조조정을 벌여왔다. 박 회장 취임 이후 재무 개선 작업의 핵심이던 두산밥캣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는 등 전반적인 구조조정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중국에서 건설기계 수요가 다시 회복되면서 두산인프라코어 실적도 되살아나고 있다.
이에 대해 박 회장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계획에 따라 재무 관련 노력을 계속하면 된다”며 그룹 재도약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실제 두산그룹 주요 계열사들은 지난해 일제히 흑자 전환에 성공하면서 부활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하지만 여전히 두산건설 등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계열사에 대한 지원이 그룹 전체의 재무 상황을 발목 잡았고 이러한 점이 시장의 우려를 키웠다. 최근 그룹 지주회사 격인 ㈜두산은 1,200억원 규모의 2년 만기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수요예측을 실시했지만 회사채를 사겠다는 기관투자가들의 주문은 480억원에 그쳤다. 시장은 계열사에 대한 자금 지원 부담이 여전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박 회장이 두산건설에 더 이상 자금 투입이 진행될 게 없다고 밝힌 것은 수요예측에서 드러난 시장의 이런 판단을 만회해보려는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박 회장은 연료전지와 면세점 사업 등 당장 실적을 내고 있지 않지만 그룹 차원의 신성장동력으로 키우는 분야에 대해서도 “중장기적 안목으로 바라보고 사업을 계속 키울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