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이 과거와 궤를 달리한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핵심 인사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북한과의 대화를 강조하면서 대북제재 대신 교류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역설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달 말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굳이 미국의 전략자산이나 군사훈련 같은 미묘한 문제를 언급하는 게 시기적으로 적절한지는 의문이다. 청와대와 문 특보는 ‘개인적 의견’이라고 해명했지만 설득력을 갖추기 어렵다. 당장 얼리샤 에드워즈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대변인은 “한국 정부의 공식적인 정책을 반영한 게 아닐 수 있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했다. 정치권에서 “북한의 압력에 대한 투항이자 우리의 외교전략을 대놓고 노출한 것”이라며 한미 간 균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한미 군사훈련과 전략자산 배치는 한미동맹의 상징이자 우리가 줄곧 요청해왔던 바다. 북의 핵·미사일 위협 강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강력한 대북 억지력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당사자인 우리가 사드에 이어 미국 전략자산까지 거부하는 인상을 보이는 것은 북의 배짱만 키워주고 적전분열을 자초할 뿐이다. 최근에는 중국마저 북한 노동자 고용을 제한하는 등 사실상 독자제재에 돌입한 터에 대북제재에서 계속 엇박자를 낸다면 그 뒷감당을 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새 정부는 외교·안보 정책에서 빚어지는 혼선을 국민이 불안하게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