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간에 알려진 ‘재벌 저격수’라는 김 위원장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발언들이다. 법 위반에 대한 단호한 대응 의지를 밝히기도 했지만 대화를 통해 재벌개혁 문제를 풀어보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총수든 전문경영인이든 기업인을 만나 정책을 설명하고 의견을 구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래야 정부와 기업 간 신뢰가 쌓이고 정책 불확실성이 없어지면서 집행 효과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갑질’ 기업들의 횡포를 바로잡고 생태계가 공정하게 돌아가게 하는 것은 공정위가 마땅히 할 일이다. 하지만 재벌을 무조건 단죄해야 한다는 인식은 이제 버려야 할 때다. 지금은 일감 몰아주기나 경영권 편법승계 등의 문제가 기존 법 테두리에서 충분히 통제 가능하다. 김 위원장도 재벌의 순환출자 고리가 거의 해소됐다고 하지 않았는가. 기업의 노력과 시장에 맡기되 정부 개입은 최소화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김 위원장의 말처럼 재벌개혁은 기업이 발전하도록 유도하고 도와주는 것이다. 이는 우리 기업과 경제가 미래에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다. 재계와의 소통을 통해 사회와 시장의 기대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개혁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한 이유다. 45개 대기업집단에 대한 내부거래 실태점검 등 앞으로의 정책도 몰아치기식이 아니라 예측 가능하게 진행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들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