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은 북유럽,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오스트리아 등 유럽 음악을 선보였지만 올해는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유럽이자 클래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곳 중 하나인 러시아 음악을 대거 선보일 예정입니다.”
평창대관령음악제의 예술 감독을 맡은 첼리스트 정명화는 20일 서울 중구 장충동 그랜드 앰배서더 서울에서 열림 기자 간담회에 참석해 올해의 레퍼토리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이 자리에는 예술감독이자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강원문화재단 김성환 이사장 등이 자리를 함께했다. 이어 김성환 이사장은 “평창 동계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염원하며 시작된 평창대관령음악제는 한국이 가진 뛰어난 문화 수준을 보여주는 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14회를 맞이하는 평창대관령음악제는 ‘Great Russian Masters 볼가강의 노래’라는 주제로 내달 18일부터 8월8일까지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및 강원도 일대에서 러시아 음악의 웅장한 아름다움을 담은 무대를 선보인다. 음악제는 지난 2016년 8월 러시아 마린스키 극동 페스티벌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을 인연으로 이번 음악제에서 지난 150여년간 차이코프스키, 라흐마니노프, 프로코피예프 그리고 쇼스타코비치 등 위대한 거장을 배출한 러시아 음악을 집중 조명할 예정이다. 정경화 예술감독은 “러시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마스터(Master)’다”라며 “차이코프스키, 라흐마니노프, 정교한 멜로디로 유명한 쇼스타코피비치 등 역사상 가장 유명한 작곡가들의 곡을 선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음악제에는 상트페테부르크의 저명한 마린스키 오케스트라와 오페라단이 조르벡 구가에브의 지휘 아래 프로코피예프의 코믹 오페라 ‘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을 내달 29일 뮤직텐트에서 국내 초연할 예정이다. 정경화는 “‘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은 작곡가의 유머와 재치를 한껏 드러내며 천재성을 보여준 작품”이라며 “구가에브의 지휘 아래 어떻게 재해석될지 무척이나 기대가 된다”고 기대감을 표하기도 했다. 뮤직텐트에서는 이 음악제가 야심차게 준비한 또 하나의 공연이 30일에 펼쳐진다. 마린스키 오케스트라가 14명의 마린스키 성악가들과 국립합창단의 협연으로 러시아 오페라 하이라이트와 러시아 민요, 차이코프스키의 ‘모스크바 칸타타’ 등 러시아 음악의 진수를 보여주는 무대를 펼친다.
또 평창 동계 올림픽 개최 전 200일(7월24일)을 맞아 내달 26일에는 ‘G200’ 행사로 기념하며, 26일과 28일 양일간 ‘한중일 콘서트’라는 부제로 올림픽 성공 개최를 기원하는 특별 콘서트도 마련됐다. 정명화는 “한국을 대표해 정경화, 손열음, 김다솔, 박상민이 참여하며, 중국의 지안 왕, 헝웨이 황, 일본의 마유 키시마와 미치노리 분야 등이 각각 무대에 오른다”며 “이 콘서트는 오랜 역사를 나눈 가장 가까운 아시아의 이웃나라가 함께 하는 의미있는 공연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고 설명했다.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염원하는 마음으로 기획된 평창대관령음악제는 지난 십수년간 세계적인 음악가들이 서 보고 싶어하는 음악제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평창 동계 올림픽이 개최되는 내년이 이 음악제의 마지막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에 대해 김 이사장은 “음악제를 안 할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강원도 측과 계속해서 이야기 중”이라고 전했다. 정명화도 “평창 동계 올림픽과 연계해 시작한 음악제이지만 이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페스티벌로 해외 거장들이 서로 오고 싶어하는 이 음악제가 계속해서 생명을 이어갈 수 있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