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재춘이 엄마

윤제림 作

2115A38 시로




재춘이 엄마가 이 바닷가에 조개구이집을 낼 때


생각이 모자라서, 그보다 더 멋진 이름이 없어서

그냥 ‘재춘이네’라는 간판을 단 것은 아니다.

재춘이 엄마뿐이 아니다.

보아라, 저

갑수네, 병섭이네, 상규네, 병호네.


재춘이 엄마가 저 간월암(看月庵) 같은 절에 가서

관련기사



기왓장에 이름을 쓸 때,

생각나는 이름이 재춘이밖에 없어서

‘김재춘’이라고만 써놓고 오는 것은 아니다.

재춘이 엄마만 그러는 게 아니다

가서 보아라, 갑수 엄마가 쓴 최갑수, 병섭이 엄마가 쓴 서병섭,

상규 엄마가 쓴 김상규, 병호 엄마가 쓴 엄병호.

재춘아, 공부 잘해라!

‘재춘이네’라는 간판은 그러니까 ‘재춘이 레시피’를 다 보여주는 작명이로구나. 재춘이를 더 재춘이로 만들기 위해 재춘이 엄마는 제 이름도 잊고 재춘이네가 되었구나. 재춘이 아버지가 썰물 때 바다를 따라내고 건져온 조개를 바락바락 치대서 뻘흙을 씻어내고, 눈물 찔끔 흘리며 숯불을 피우고, 땀 뻘뻘 흘리며 불판을 가는구나. 재춘이네 집 앞 조개탑이 쌓일수록 재춘이는 더 맛지고, 멋진 재춘이로 자라는구나. ‘늬 엄마 너 사람 맹그는 거 세상사람 다 봤다. 공부야 잘하든 못하든 재춘아, 엄마한테 잘해라!’ <시인 반칠환>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