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은 20일 금호타이어 채권단 회의 후 “이번 매각이 무산될 경우 채권단은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을 추궁하고 반드시 현 경영진 퇴진과 우선매수권 박탈을 추진할 것”이라며 이 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채권단이 금호그룹과의 여신거래를 전면 재검토하는 카드까지 들고 나온 것은 금호타이어 매각에 있어 박 회장 측의 상표권 양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금호 상표권 20년 의무 사용과 사용료율 0.5%는 더블스타가 이미 수용을 거부한 상황이기 때문에 추가적인 양보가 없는 한 매각이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산은은 매각 무산에 따른 책임론이 휩싸일 수 있어 어떻게든 더블스타에 매각하기를 원하고 있다.
채권단은 금호타이어 매각과 박 회장의 경영권 박탈에 따른 반발 여론을 의식해 “박 회장과 현 경영진은 워크아웃 이후 8년간 중국 사업 정상화를 추진했지만 실패해 최근 회사가 최악의 경영상황에 직면했다”며 “최근까지도 글로벌 타이어 회사는 호황을 지속하는 반면 금호타이어만 유일하게 실적이 악화됐다”고 주장했다.
채권단은 “금호타이어 정상화를 위해서는 이번 매각이 반드시 성사돼야 한다”며 “금호산업 이사회의 전향적인 협조를 재차 요청하며 금호그룹과의 추가 협의를 통해 상표 문제를 조기에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했다.
일부에서는 채권단이 가장 강력한 카드를 꺼내 들면서 이미 패를 다 보여준 것은 채권단 내부에서도 박 회장 측의 협조 없이는 이번 매각이 어렵다는 여론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박 회장 측이 상표권 사용을 양보하지 않더라도 급격한 여신 회수 등에 나설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채권단이 주인인 회사의 여신을 끊어 법정관리를 보내는 사례는 없다”며 “논란이 이렇게 커진 이상 어떻게든 회사를 더 좋게 한 다음 매각하자는 여론도 확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공식적인 통보가 오면 검토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지난해 9월 산은으로부터 상표권 5년 사용 요청을 받고 ‘합리적 수준의 조건 협상’을 전제로 허용했지만 산은은 이후 요율과 조건을 일방통행식으로 결정해 합의를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한 관계자는 “애초 지난해 5년 사용을 요청해 5년을 허용했고 이달 들어 20년 사용을 요청해 20년을 허용한 것”이라며 일방적인 양보 요구에 여전히 반발하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