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강력 레이온 원사 분야 세계 1위인 국내 중견기업 삼일방은 지난 3월 미국 방적기업을 인수했다. 미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생산기지 설립을 압박하자 미국 회사인 ‘뷸러 퀄리티 얀스’ 지분 100%를 인수한 것이다. 당초 삼일방은 미 시장 진입을 위한 해외 생산 거점을 놓고 미국과 베트남을 저울질했다. 하지만 미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자 전격적으로 미국 기업 인수를 결정했다. 미국은 자국에서 생산된 실을 사용한 의류에만 32%의 고관세를 면제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중견기업의 이 같은 절묘한 인수합병(M&A) 과정에서의 결정적 조력자가 바로 KOTRA다. 당시 인수 주관사였던 KOTRA는 통상 및 무역 정보력을 바탕으로 미국 대형기업을 제치고 삼일방의 M&A 성사에 크게 기여했다.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시작된 1962년 설립돼 우리 기업의 생생한 수출 역사를 함께한 KOTRA가 20일 창립 55주년을 맞았다. ‘수출 첨병’으로서 지구촌 곳곳을 누비며 ‘메이드 인 코리아’를 알려온 KOTRA는 현재 86개국 총 127개의 무역관을 두고 중견·중소기업의 수출 및 해외 진출을 돕고 있다. 세계 무역 여건이 점점 더 복잡다단해지면서 요새는 수출·투자 서비스의 획기적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M&A 인수 주관사, 수출 기업의 해외 지사, 인공지능 컨설팅 등 KOTRA의 변신이 빠르게 진행 중이다.
특히 가장 주목하는 분야는 △내수기업의 수출 기업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 △국내 기업의 M&A 지원 등 해외진출 루트 다변화 △무역 빅데이터를 활용한 종합컨설팅 서비스 등이다. 김재홍 KOTRA 사장은 이날 기념사를 통해 “수출 확대와 외국인 투자 유치로 국내 고용의 88%를 차지하는 중소중견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야말로 고용 증대와 근로자의 소득증가, 부의 축적과 계층 이동을 동시에 효과적으로 달성하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내수기업의 수출 기업화는 가장 핵심적인 목표다. 지난해 국내에서 수출기업으로 전환한 내수기업 5,186개 가운데 2,373개가 KOTRA의 지원을 받았다. 올해도 정부, 유관기관 등과 함께 5,000개 이상의 내수기업을 수출기업으로 전환시키겠다는 계획이다. 김 사장은 “중소중견기업의 수출 비중이 37.6%인데 이를 50%까지 올리면 1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의 전유물이었던 해외 M&A도 KOTRA를 통해 중견·중소기업으로 확장되고 있다. 삼일방의 사례에서 보듯 해외 M&A는 글로벌 공급망에 진입하고 생산거점과 핵심기술을 한꺼번에 확보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KOTRA는 2013년부터 ‘글로벌 M&A 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해 총 336건의 M&A 매물을 발굴하고 10건의 M&A를 성사시켰다. 아울러 ‘인베스트 코리아’ 조직을 통해 우리 경제의 한 축인 외국인 투자 유치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국내 서비스업에 대한 외국인 투자액은 2012년 96억달러였으나 지난해는 156억달러까지 성장했다.
최근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빅데이터를 통한 무역 컨설팅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KOTRA는 이날 빅데이터 기반 인공지능형 컨설팅 시스템인 ‘KOTRA 해외시장 빅봇’을 론칭했다. 이는 70만건의 수출입 통계와 연 4만건의 무역투자 상담 내용 등 무역·투자 빅데이터를 활용한 기업별 맞춤형 종합컨설팅 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시시각각 변하는 수출환경에 따른 맞춤형 정보를 기업에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상담 사례가 쌓일수록 더욱 고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사장은 “통상협력, 해외취업·창업지원 등을 통해 다양한 정부 정책을 효율적으로 뒷받침하는 한편 서비스산업 해외진출과 글로벌파트너링 등 중소기업 수출지원에 시급한 기능과 조직도 보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