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근로소득 면세자 810만명...근로소득공제축소 땐 95만명 세금 낸다

[조세연 '소득세 공제제도 개선방안' 공청회]

표준세액공제 축소·세액공제 한도 등 3안 중 가장 선호

"稅부담 반발 크고 '文 소득주도 성장기조'에 역행" 지적도

우리나라는 근로자 47%가 근로소득세를 한 푼도 안 낸다. 인원으로는 810만명에 달한다. 외국과 비교해도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치이고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원칙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정부가 이런 비정상을 정상화하기 위한 검토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20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소득세 면세자 축소를 위한 소득세 공제제도 개선방안을 주제로 공청회를 열었다. 이번 공청회는 기획재정부가 요청한 것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정부가 면세자 줄이기에 첫발을 뗐다고 볼 수 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20일 오후 서울 명동 은행회관 국제회의장에서 소득세 공제제도 개선방안에 관한 공청회를 열었다. 구정모(오른쪽 세번째) 한국경제학회 회장을 비롯한 학계와 시민단체·언론계 대표자들이 참석해 공정한 소득세 공제제도 방안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송은석기자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20일 오후 서울 명동 은행회관 국제회의장에서 소득세 공제제도 개선방안에 관한 공청회를 열었다. 구정모(오른쪽 세번째) 한국경제학회 회장을 비롯한 학계와 시민단체·언론계 대표자들이 참석해 공정한 소득세 공제제도 방안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송은석기자




주제 발표를 맡은 전병목 조세재정연구원 조세연구본부장은 “근로소득자에 대한 높은 소득공제는 과세 기반을 잠식하고 과세 형평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비판이 있다”며 “특히 한국의 근로소득자 면세 비중은 외국에 비해서도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주요국의 소득세 면세자 비중을 보면 미국은 35.0%, 호주는 25.1%, 영국은 2.8%에 그친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5년 기준 46.5%에 이른다.

2115A08 국가별 소득세 면세자 비중


우리나라는 저소득층뿐 아니라 중간층 이상 소득자의 면세 비중도 높은 편이다. 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연소득 3,000만~4,000만원 근로자의 30.3%, 4,000만~4,500만원 근로자의 19.5%는 세금을 한 푼도 안 낸다. 인원으로는 3,000만원 이상 근로자 가운데 면세자는 87만6,163명에 이른다.

전 본부장은 면세자를 줄이기 위한 대안으로 △표준세액공제 축소 △근로소득공제 축소 △세액공제한도 설정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2115A08 소득세 공제제도 개선 시 효과



표준세액공제 축소는 특별소득·세액공제 등을 신청하지 않는 경우 13만원 세액을 공제해주는 것을 줄이자는 것이다. 1만원을 줄일 때마다 면세자 비중이 0.9%포인트 감소하고 특히 2,000만원 이하 근로자의 면세가 크게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 급여에서 일정 금액을 빼고 세금을 걷는 제도인 근로소득공제를 축소하는 방안은 소득계층별로 면세자가 균등하게 줄고 세금 부담은 소득이 많을수록 높아지는 결과가 나왔다. 면세자는 최대 95만명(5.7%포인트)이 줄어들고 세입 증가 효과는 최대 1조2,000억원이었다.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한도를 설정하자는 대안은 2,000만~6,000만원 근로자와 다인 가구의 면세자가 크게 주는 것으로 분석됐다. 세수는 2,318억원이 늘어난다.

관련기사



세 가지 대안 가운데서는 ‘근로소득공제 축소’가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다. 6명의 토론 참가자 가운데 4명이 “가장 나은 방안”이라고 밝혔다. 소득세 구조를 정상화할 수 있고 소득계층별로 누진적으로 세금 부담이 늘어난다는 이유에서다. 향후 정부가 소득세 공제제도를 개편할 경우 근로소득공제 축소가 유력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소득세 면세자를 줄여야 한다’는 전제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박종규 한국재정학회 회장은 “상당수 근로자가 가처분 소득이 정체돼 있는 상황에서 공제 축소를 통해 세 부담을 늘린다면 반발이 클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 기조에 부합하지도 않는다”고 지적했다.

강병구 인하대 교수는 “우리나라는 금융·부동산 등 자본 소득에 대한 과세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은데 소득세 부담부터 늘린다는 것은 맞지 않다”며 “소득세 공제를 줄이려면 자본이득 과세를 높이고 저임금 근로자의 임금을 확충하는 정책을 선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면세자 줄이기 작업이 본격 추진되더라도 가시밭길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2115A08 자영업자 탈루 소득 비중


한편 소득세 정상화를 위해서는 면세자 축소와 함께 자영업자의 소득 투명성도 올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자영업자의 소득적출률은 2015년 기준 35.7%로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소득적출률은 전체 소득에서 신고하지 않은 소득의 비율을 뜻한다. 개인사업자가 세금을 낼 때는 세무서에 재무제표까지 제출하는 ‘복식부기’가 원칙인데 특례 대상인 간편 장부대상자가 75%로 과도하게 높은 탓이다. 전 본부장은 “복식부기 의무자 확대 등 개인 사업자의 소득을 투명하게 파악하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서민준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