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2,000억원대의 예산을 투입해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로 알려진 노원구 중계본동 30-3번지(구 104번지) 일대 백사마을 정비사업에 착수한다. 백사마을 정비사업은 서울시가 지난 2011년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전면 철거 방식의 기존 재개발사업의 대안으로 추진하기 시작한 저층 주거지 재생사업의 첫 사례로 주목받는 곳이다.
20일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에 따르면 중계본동 정비사업 추진 동의안이 지난주 서울시의회 도시계획관리위원회에서 통과돼 오는 7월 노원구청의 사업시행자 지정 고시를 거쳐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SH공사는 시의회에 △2018년 4월 정비계획 변경 고시 △2019년 1월 서울시 건축심의 완료 △2019년 4월 노원구청 사업시행인가 △2020년 6월 관리처분인가 △2021년 6월 이주 및 철거 △2024년 완공으로 이어지는 사업추진 계획을 보고했다. SH공사는 총 사업비 5,770억원을 주택도시기금(221억원), 자체 조달(200억원), 시공사 프로젝트파이낸싱(PF) 조달(약 425억원), 분양수익금으로 충당하기로 했다.
SH공사는 사업 참여를 위해 올 2월 주민대표회의·노원구청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사업의 재무성에 대한 검토 용역 결과 수익성이 있다는 결론을 내려 이사회 의결을 거쳐 사업 참여를 결정했다. 관련법에 따라 자체 총 사업비 200억원 이상의 신규 투자사업 추진을 위해 필요한 마지막 절차인 시의회의 동의안 통과까지 마무리됐다.
백사마을의 전체 정비구역인 18만8,900㎡ 중 저층 주거지보존구역인 4만여㎡는 기존 지형·골목을 보존하면서 최고 3층, 680여가구 규모의 저층 임대주택단지를 짓게 된다. 정비사업의 단독 시행자인 SH공사는 나머지 정비구역에 기존 조합원 및 일반분양을 위한 최고 20층, 2,000여가구 규모의 아파트단지를 짓는다. 서울시는 저층 주거지보존구역의 개발 계획 수립을 담당하고 SH공사는 나머지 정비구역의 개발 계획 및 아파트 건설·분양을 맡는다. 서울시는 저층 주거지 임대주택을 SH공사가 수리하거나 짓고 자체 예산을 들여 매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중계본동 30-3번지 일대는 1960년대 도심 개발로 강제철거를 당한 이주민들이 모여 형성된 마을이어서 주거환경이 열악한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그린벨트로 지정돼 있다가 2009년 정비구역으로 지정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시행자로 재개발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서울시가 전면 철거 방식의 재개발 대신 저층 주거지 재생사업 추진을 위해 2012년 백사마을 일부를 주거지보존구역으로 지정해 임대주택을 짓는 내용의 지구단위 계획을 마련하자 LH가 반발해 2016년 사업을 포기했다. SH공사의 사업 참여로 8년 만에 사업이 정상화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