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숭의초등학교를 담당하는 학교전담경찰관(SPO)이 최근 논란이 된 학교폭력 사건을 알았으나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 위원이 아니어서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21일 경찰에 따르면 숭의초 관할 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소속 학교전담경찰관(SPO)은 지난 4월 수련회에서 3학년 학생 4명이 같은 반 학생 1명을 집단 구타하는 사건이 발생한 뒤 피해 학생 부모를 면담하고 피해자 측의 진술을 확보했다. 피해 학생의 부모가 경찰청 학교폭력 신고센터로 경찰에 해당 사건을 제보했고, 경찰은 숭의초 담당 SPO와 학부모를 연결해 면담이 이뤄졌다. 피해 학생 학부모는 담당 SPO와 면담하면서 학교 측 대응이 미온적이라며 강하게 불만을 토로했다고 전해졌다.
SPO가 사전을 인지했지만 문제 해결을 위해 현실적으로 개입할 방법이 마땅치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에 따르면, 숭의초가 학폭위에 SPO를 포함시키지 않은 탓에 SPO가 사건의 실체를 파악해 학교 측에 해결책을 내놓을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현행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상 학폭위는 위원장 1명을 포함해 5∼10명으로 구성한다. 숭의초는 규정에 따라 위원 과반인 4명을 학부모로, 2명을 학교 관계자로 두고 1명은 변호사를 위촉해 7명으로 학폭위를 구성했다. 학폭위에 포함되지 않은 SPO는 피해 학부모와 면담한 후 학교를 찾아 사안의 심각성을 설명하고, 학폭위 개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학교 측에 강하게 전달하는 정도로만 개입할 수 있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더구나 숭의초는 그간 규정에 따라 분기별 1회 학폭위를 열었지만 실제 학교폭력 사건으로 학폭위를 연 적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가해 학생들이 형사 미성년자(10세 이상∼14세 미만) 연령대보다 어려 형사처벌은 물론 보호처분 대상조차 아닌 탓에 경찰이 수사를 목적으로 사안에 개입할 방법도 없었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피해자 학부모가 학교 측 태도에 화가 나 일이 커진 측면이 있다”면서 “학교폭력을 많이 다뤄본 SPO가 학폭위에 소속돼 사안에 적극 개입했다면 이런 지경까지 오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숭의초는 이후 학폭위를 열어 해당 사건을 논의했으나 사건에 연루된 대기업 총수 손자와 연예인 아들에게 면죄부를 줬다는 의혹을 받았다. 서울시교육청은 숭의초를 상대로 진상조사를 벌이고 있다.
한편, 작년 9월 말을 기준으로 전국 1만1,635개 초·중·고교 가운데 SPO가 학폭위에 포함되지 않은 학교는 숭의초 등 34개교(0.3%)뿐이라고 경찰은 전했다.
/김민제 인턴기자 summerbreez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