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방송된 ‘엽기적인 그녀’에서 폐위된 어머니의 생사와 궁내 숨은 권력과 대적하기 위해 월담을 일삼았던 혜명공주(오연서 분)가 위기에 빠지는 과정이 그려졌다. 혜명공주 옆에서 직접적으로 그를 도왔던 견우(주원 분)은 파직을 당했으며, 혜명공주 역시 폐서인의 위기에서 청나라 왕자와 정략결혼을 해야 하는 위기에 처하게 됐다.
시간이 지날수록 휘종(손창민 분)의 왕권은 약해지고, 정기준(정웅인 분)과 중전박씨(윤세아 분)의 기세는 갈수록 높아지는 가운데, 이들은 자신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악행을 파고드는 혜명공주를 압박해 나간다. 그동안 도성 내 도는 지라시를 통해 혜명공주에 대한 음해를 퍼뜨린 정기준 일행은 혜명공주의 월담과 기행을 문제 삼았고, 이 같은 문제들이 수면 위로 드러나자 대신들은 공주의 파면을 요구한다.
그 사이 죽은 줄 알았던 어머니가 살아있을 수도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혜명공주는 당장이라도 그녀를 찾으러 가고 싶었으나, 훗날을 도모하며 다시 궁궐로 돌아왔다. 하지만 이미 여론은 좋지 않고, 정기준은 눈엣가시인 혜명공주를 처리하기 위해 정략결혼으로 청나라로 보낼 궁리를 한다.
혜명공주를 향한 압박은 계속됐고, 결국 어머니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으려던 그는 계속 조선에 남아있기 위해 휘종에게 모든 사실을 털어놓았다. 그리고 방송 말미, 청의 황자가 도착한 가운데 사신단의 영접을 맡게 된 견우와 이를 지켜보는 혜명공주, 청나라 왕자 사이에서 묘한 긴장감을 그려냈다.
드라마 ‘엽기적인 그녀’의 이야기가 전개되면 될수록 정기준과 혜명공주의 대립이 치열해고 있는 양상이다. 현재 ‘엽기적인 그녀’는 기득권인 정기준과 진짜 진실을 알기 위해 기행을 일삼는 혜명공주의 대결을 그리며 극적인 긴장감을 이끌고 있다. 초반 ‘로맨틱코미디인데 재미가 없다’는 평을 받았던 ‘엽기적인 그녀’는 대결구도가 더욱 분명해지면서 드라마에 대한 재미는 조금씩 높이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이 같은 점은 또 다른 문제와 마주하게 됐다. 로맨틱코미디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왜 드라마 ‘엽기적인 그녀’가 영화 ‘엽기적인 그녀’를 굳이 바탕으로 해야 했는지에 대한 설득력이 떨어진 것이다.
‘엽기적인 그녀’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2000년대 초반 극장가를 뜨겁게 달궜던 영화 ‘엽기적인 그녀’(2001)를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이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는 견우(차태현 분)와 그녀(전지현 분)의 파격적이면서도 알콩달콩한 로맨틱코미디를 앞세우며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다. 영화의 묘미는 지금 봐도 웃음이 터지는 코미디적 요소와 더불어, 견우와 그녀의 달콤한 케미였다. 독특을 넘어 엽기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그녀의 자유분방한 매력은 그 당시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전해주면서 호평을 받았었다.
그로부터 16년이라는 세월이 지나 ‘엽기적인 그녀’는 드라마 ‘엽기적인 그녀’로 다시 등장했다. 10년이 넘는 시간이 흐른 만큼 드라마 ‘엽기적인 그녀’는 실제 영화와 180도 달라졌다. 현대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와 달리 드라마는 조선으로 시대설정을 하면서 가장 큰 변화를 꾀했다. 배경만 달라진 것이 아니다. 평범함의 극치였던 견우는 드라마로 넘어오면서 모든 것이 완벽한 도성남자로 탈바꿈했고, 그녀는 아예 공주가 됐다. 중심 갈등 또한 영화는 두 남녀를 둘러싼 관계의 변화를 다뤘였다면, 드라마는 궁중암투를 다룬다.
현재 원작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가고 있는 드라마 ‘엽기적인 그녀’는 이름만 같을 뿐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중간 중간 영화를 오마주한 장면이 등장하기는 했지만, 그때마다 ‘생뚱맞다 못해 어설픈 원작의 명장면 따라 하기’라는 안방극장의 의견이 줄지어 쏟아졌다. 과거에는 충분히 신선하고 재미있었던 코믹 요소들은 10년이 훌쩍 지난 오늘날 구시대적인 것이 돼 유치하고 오글거림으로 다가 왔고, 이는 극 전체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리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원작과 달라도 너무 다른 ‘엽기적인 그녀’는 왜 굳이 10년 전 영화를 원작으로 해야만 했을까. 영화를 떠나 드라마만 놓고 보더라도 왜 드라마의 제목을 ‘엽기적인 그녀’로 해야 했을까에 대한 해답도 찾기 어렵다. ‘그녀’인 혜명공주의 기행은 엽기라기에는 무척이나 상식적이고 정의감으로 똘똘 뭉쳐있기 때문이다. 엽기적이지 않은 ‘엽기적인 그녀’는 과연 마지막이 되기 전까지 안방극장에 제목에 담긴 그 뜻을 전해줄 수 있을까.
/서경스타 금빛나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