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행정6부(김정숙 부장판사)는 면접시험에서 의사소통 조력인과 필기도구 등을 제공 받지 못한 장애인 윤모(29)씨가 국세청장과 국가를 상대로 낸 공무원시험 불합격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20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윤씨)의 신청에도 불구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편의 제공을 거부한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차별에 해당한다”며 국세청장에 시험 불합격 처분 취소를 명하고 위자료 300만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뇌병변 1급 장애인 윤씨는 지난해 4월 세무직 공무원 필기시험에서 합격 최저점수보다 30점을 웃도는 월등한 점수로 합격했다. 손 떨림과 언어장애가 있는 윤씨가 2015년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넣어 계산 대필 조력인과 1.5배 시간 연장 등을 보장 받은 결과였다. 하지만 2개월 뒤 치러진 면접시험에서 고배를 마셔야 했다. 자기기술서 작성과 5분 스피치, 질의응답으로 구성된 40분의 면접 과정에서 윤씨의 장애를 뒷받침할 편의를 제대로 제공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험을 주관한 국세청 측은 자기기술서 작성 시간에 윤씨에게 노트북 1대와 거동을 도울 조력인 1명을 제공했으나 대필 인력은 지원하지 않았다. 작성 시간도 20분으로 못 박아 “더 이상의 시간 연장은 없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작성하도록 했다. 또 자기기술서 작성이 끝난 뒤 윤씨에게 지급한 노트북을 가져가 다른 면접자들이 볼펜으로 메모하며 다음 발표를 준비하는 동안 윤씨에게는 아무런 메모 도구를 제공하지 않았다.
윤씨는 5분 발표와 질의응답 시간에도 의사소통 조력인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별도의 도움 없이 혼자 면접을 치러야 했다. 법원은 윤씨가 제기한 소송 사유 중 의사소통 조력인 지원 거부를 중대 사유로 들어 불합격 취소 처분을 내렸다.
윤씨를 대리해 소송을 제기한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법은 “공무원 시험 외에 다른 기업 채용에서도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동등한 기회를 받을 수 있도록 장애의 유형 및 정도 등을 고려해 인적·물적 지원 수단과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