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른 에너지 신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공기업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왔다. 주요 선진국들은 이미 공기업을 필두로 에너지 신산업의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유승훈(사진)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환경대학원장은 21일 서울경제신문이 주최한 에너지전략포럼에서 “에너지 분야는 전통적인 산업의 경계가 와해되면서 급격한 환경 변화를 겪고 있다”며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의 경우 공기업이 중심이 돼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프랑스는 프랑스전력공사(EDF)가 에너지 신기술 창업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를 만들었고 이탈리아전력회사(ENEL)도 ‘인큐베이팅 프로그램’ 등을 통해 전력벤처기업에 대한 투자에 나서고 있다. 호주는 최근 정부가 청정에너지금융공사를 설립했다. 정부와 공기업이 대규모 자본을 통해 새 시장을 개척할 기업을 육성하려는 목적이다.
유 원장은 우리가 주목해야 할 새 시장으로 △전기 분야(전기차·ESS) △친환경차 △탄소포집저장(CCS) △스마트그리드 △노후원전 해체 △에너지자립마을 △미세먼지 해결 산업 △수요관리 사업 △지능형 에너지효율기술 △미래 에너지원 개발 △한·러시아 에너지벨트 등 11개 분야를 꼽았다.
우리가 강점이 있는 리튬이차전지 사업과 세계적으로 시장이 커지고 있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전기차 등에 꾸준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 원장은 “전기차 등은 정부가 기존에 세웠던 목표보다 (확산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며 과감한 지원을 당부했다. 상대적으로 비교우위에 있는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스마트그리드와 재생에너지자립도시, 에너지수요관리 사업, 4차산업용 에너지효율기술 개발 등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리1호기 영구정지를 통해 원전 해체 경험을 쌓아 오는 2030년 70조원 규모로 커질 세계 노후원전 해체 시장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조언도 했다.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세계 최대 원유·천연가스 보유국인 러시아와 에너지벨트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도 눈길을 끌었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이고 위로는 북한에 가로막혀 외부로부터 에너지를 끌어올 수 없는 섬이다. 일본은 이미 러시아와 천연가스관 연결을 시도하고 있다. 이 구상이 현실화되면 우리나라는 동북아에서 유일한 에너지 고립국이 된다. 유 원장은 “한반도와 러시아를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으로 연결해 에너지 도입 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에너지 안보를 강화해야 한다”며 “한·러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이 지어지면 동북아에서 에너지와 물류를 아우르는 중심국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