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 치유의 숲=치유의 숲은 소나무·편백 등이 빽빽이 들어 서 있는 검푸른 숲으로 1958년부터 1961년 사이에 삼림녹화의 일환으로 조림을 시작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조성 당시에 목장부지였던 이곳은 원래 화전민들이 밭을 일구던 곳이었다. 문헌에 따르면 1897년께 이 일대에는 35세대 72명이 살고 있었다.
치유의 숲은 들어가는 입구부터 울울창창한데 덩굴이 나무를 뱀처럼 휘감아 파고든 모습이 이채롭다. 김동화 해설사는 “마삭줄기·칡넝쿨·등나무 등이 나무를 휘감고 올라가곤 하는데 나무들이 넝쿨식물의 줄기를 에워싸 뒤덮는 방식으로 압박해 죽이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수족이 없는 식물 세계에도 약육강식의 처절한 경쟁은 예외 없이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숲길을 오르다 보면 화전민이 쌓아 올린 돌담의 흔적이 남아 있는데 이 역시 2만2,000㎞에 달하는 캣담·잣담·돌담·밭담·왓담의 일부다. 이들 돌담은 기본적으로 같은 유형이나 시대별로 불리는 이름이 다를 뿐이다.
치유의 숲길을 오르다 중간쯤에서 오른쪽 샛길로 들어가서 200m 정도 들어가면 풍혈(風穴)이 있다. 풍혈은 이름처럼 바람이 나오는 구멍으로 여름에는 에어컨에서 뿜어져 나오는 듯한 찬바람이 나오는 반면 겨울에는 온풍기처럼 따뜻한 바람이 뿜어져 나온다. 큰비가 오면 이 구멍으로 빗물이 내려가 바다로 빠져나가는 배수로의 역할도 동시에 하고 있다.
김동화 해설사는 “치유의 숲 코스는 총 11㎞로 수령 60년이 넘는 편백나무와 삼나무길을 비롯해 10개의 길이 있다”며 “사전예약을 한 후 산림치유지도사와 함께 탐방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귀포시 산록남로 2271 (064)760-3067~8.
◇사려니오름(사려니숲길 남쪽 사면)=사려니숲길이라고 하면 흔히들 제주시 봉개동에서 시작하는 숲길을 생각하지만 사려니오름 남쪽에도 사려니숲길은 있다. 이곳은 산림청 산하 국립산림과학원의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가 관할하는 한남연구시험림이다.
이 길은 1년에 단 열흘간만 통제됐던 구간을 열어 일반인들에게 개방하고 있는데 올해는 5월27일부터 6월6일까지 11일간 ‘사려니숲 에코힐링체험’을 진행한 데 이어 자연휴식년제를 실시하고 있는 물찻오름을 개방했다.
하지만 이와 별도로 사려니오름에서 삼나무숲을 지나 월든삼거리 방향으로 이어지는 사려니숲길 중 통제됐던 10.8㎞ 구간은 5월17일부터 오는 10월31일까지 일반에 공개된다.
사려니숲길 남쪽 사면 역내에는 해발 400m 고지로 오름이 3개가 자리해 있고 강우량은 연간 3,000㎜ 이상으로 상록활엽수가 많은 편이다. 산림연구소 관계자는 “강수량에서 볼 수 있듯 제주도의 산림은 습도가 높다”며 “그런 까닭에 산불이 일어나도 워낙 습해서 불이 잘 번지지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곳을 방문하려면 산림청 홈페이지에 들어가 ‘제주시험림’으로 탐방신청을 해야 하는데 월·화요일은 예약을 받지 않으며 동절기를 제외한 5월 말~10월 말까지만 예약이 가능하다. 탐방은 하루 1~2회 있는데 두 차례 진행할 경우 오전10시와 오후2시에 진행된다. 봉개동에 위치한 북쪽의 사려니숲길보다 훨씬 숲이 깊고 인적이 드물다.
기자가 방문했던 날도 방문신청을 한 관람객의 숫자는 10명 안팎이었고 실제로 해설이 시작되는 시간에 맞춰 찾아온 이들은 7~8명에 불과했다. 제주 서귀포시 상효동 1253. /글·사진(제주)=우현석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