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가던 중 여느 택시들과 다른 노란색 택시가 있어 시선을 끈 적이 있다. 차량에 ‘Coop Taxi’라 표시돼 있는 쿱택시, 바로 협동조합 택시였다. 교통수단에도 협동조합이 자리 잡은 것을 보며 협동조합이 우리 일상과 이렇게나 가까워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2012년 협동조합기본법 제정 이후 설립된 협동조합이 1만1,500여개를 넘고 있다. 그 영역도 도소매·교육서비스 등으로 폭넓게 확산 중이다. 동네 빵집들이 모여 공동브랜드를 개발하는가 하면 부모들이 공동육아 방식의 협동조합형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등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협동조합 사업으로 실현되고 있다.
자본주의의 대안으로 협동조합이 주목받는 데는 협동조합의 ‘사람 중심’ 정신이 있다. 국제협동조합연맹(ICA)은 협동조합을 ‘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사업체를 통해 공동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인 사람들의 자율적 단체’로 정의한다.
투자자의 이윤 극대화가 아니라 조합원의 편익증진이 본질적인 목표인 것이다. 지난해 방한한 모니크 르루 ICA 회장은 한 강연에서 “협동조합 성공의 원동력은 모든 역량을 조합원 곁으로 집중하는 것”이라 역설했다. 이는 사람을 우선하는 협동조합의 가장 큰 가치를 말하는 것이다.
이러한 정신을 바탕으로 협동조합은 시장경제의 약자들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통해 그들의 권익을 강화해왔다. 농협이 교섭력을 발휘해 농업인에게 농자재와 생필품을 싸게 공급하고 농산물을 제값 받고 팔아주는 것이 그 예다. 또 전체 협동조합의 49%가 지역 사회에 자원봉사와 기부를 한다는 통계는 협동조합의 가치를 증명한다.
하지만 협동조합이 가야 할 길은 아직 멀다. 7월 첫 번째 토요일이 ‘협동조합의 날’임을 아는 사람은 드물고 대중의 관심도 부족하다. 협동조합의 평균 조합원수는 47명, 매출액은 약 2억원 정도로 대부분 영세한 수준이고 수익모델 미비 등으로 휴·폐업된 협동조합도 44%에 이르고 있다.
정부는 올해 ‘제2차 협동조합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협동조합 자생력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농협도 협동조합의 기본원칙 중 하나인 ‘협동조합 간 협동’과 ‘지역 사회 기여’를 활성화하기 위해 관련 종사자 교육을 실시하고 하나로마트를 통한 판로 등을 지원하고 있다.
협동조합이 발전한 사회는 어떤 사회일까. 아마도 많은 사람이 꿈꾸는 ‘사람 냄새나고 보다 인간적인 세상’일 것이다. 다양한 협동조합이 활성화되고 그 이념과 가치가 널리 퍼져 우리 사회를 보다 풍요롭고 윤택하게 만들 수 있도록 국민들의 관심과 지원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