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삼성, 애플처럼 '돈 잘버는 기업'으로 바꿀 것"

국민연금 진술로 본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철학

물산 합병 앞두고 면담내용 공개

"다음 세대 경영권 승계 없을 것"





삼성그룹을 애플처럼 고수익 기업으로 변신시키되 회사를 억지로 장악하거나 다음 세대에 승계하는 일은 하지 않겠다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철학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21일 열린 이 부회장 재판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홍완선 전 국민연금관리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이 이 부회장과 나눈 면담 내용을 내놓았다. 홍 전 본부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결정을 사흘 앞둔 지난 2015년 7월7일 이 부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김종중 전 삼성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사장) 등을 만나 합병 이후 청사진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국민연금은 면담 내용을 ‘최고경영자(CEO) 면담 내용’이라는 문건으로 정리했다. 홍 전 본부장은 “특검이 공개한 문건은 이 부회장뿐 아니라 최 전 부회장 등의 의견도 합친 것”이라고 말했다.


문건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이제는 경영을 잘해야 경영권을 보장받을 수 있다”며 능력을 핏줄보다 중시하는 자세를 보였다. 그러면서 “인위적으로 (삼성을) 장악하거나 다음 세대로 넘겨주기 위한 행위는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순환출자로 가득한 지배구조를 바꾸기 위해 지주사 전환을 큰 방향으로 정했다고도 했다. 다만 최순실씨 국정농단에 이 부회장과 최 부회장이 휘말려 형사재판을 치르는 사이 삼성은 지주사 전환 계획을 공식적으로 접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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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회장은 또 “장기적으로 애플처럼 설비투자는 많이 하지 않고 돈을 잘 버는 사업구조로 삼성을 변화시키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를 위해 전자·금융 같은 핵심 사업에 집중하면서 계열사 정리 작업을 지속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그는 “계열사 매각시 가격은 중요하지 않고 사모펀드(PEF) 같은 곳에는 절대 팔지 않겠다”며 삼성 임직원의 일자리 안정을 우선시하는 자세도 드러냈다.

이 부회장은 마지막으로 “1년에 한 번씩은 국민연금 본부장·팀장과 면담하는 자리를 마련해 (삼성의) 전략 등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삼성 계열사 대주주인 국민연금이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터주겠다는 전향적 메시지로 읽히는 부분이다.

한편 21일 재판에 증인으로 나선 홍 전 본부장은 국민연금 투자위원회에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해야 한다고 말한 적 없다”며 합병 개입을 부인했다. 그는 다만 보건복지부가 국민연금에 압력을 가한 점은 인정하면서 합병을 찬성하라는 듯한 느낌은 받았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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