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의 야당은 정부가 잘하는 일에는 무조건 훼방을 놓고 못하는 일에는 방임으로 일관하는 ‘마이너스 야당’이었습니다. 제가 당 대표가 되면 ‘플러스 야당론’을 바탕으로 올해 안에 정당 지지율 20%를 달성하겠습니다.”
당권 도전에 나선 하태경(사진) 바른정당 의원은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당 지지율 20%를 찍으면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과 1대1 구도를 만들 수 있다”며 이같이 자신했다.
하 의원은 야당이 정부를 향한 비판의 날을 세우면서도 ‘국정의 조력자’라는 또 다른 책무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으면 결코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는 점을 인터뷰 내내 강조했다. “정부가 잘하는 것은 화끈하게 도와주는 야당이 돼야 한껏 높아진 국민의 정치의식을 만족시킬 수 있다”는 것이 하 의원의 소신이다. 바른정당이 꽉 막힌 인사 정국 속에서 보이콧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과 달리 일찌감치 하 의원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 임명에 대해서는 찬성 입장을 밝힌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하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대해서는 심각한 우려의 뜻을 표했다. 그는 “현 정권이 일자리를 가장 많이 줄어들게 만든 정부로 기록될까 봐 걱정”이라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을 지금처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면 비정규직 대량실업 사태가 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 의원은 기업과 근로자 여건을 동시에 살피는 해법으로 ‘중(中)규직 개념’을 제안했다. 그는 “앞으로 진행되는 신규 채용부터는 정규직·비정규직 개념 자체를 없애자는 게 내 생각”이라며 “성과가 턱없이 낮은 근로자에 대한 해고 요건을 완화하고 호봉제를 폐지하는 대신 채용 시장을 활성화해 근본적인 구조를 뜯어고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해고가 불가능하면 활발한 채용도 불가능하다는 사실에서 출발해야 한다. 물론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하 의원은 당 대표가 되면 자유한국당과의 전면적인 노선 투쟁에 나설 것임을 예고했다. 그는 “홍준표 전 경남지사와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사람, 홍 전 지사의 전투력을 감당하면서도 품격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며 “진정한 보수정당으로서 누구의 정책이 더 국민을 위한 것인지 심판받겠다. 헤게모니 전쟁에서 한국당을 압도할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하 의원은 여야가 청와대의 인선 원칙과 관련한 논의를 서둘러 시작해야 살얼음판과 같은 대치 정국을 해소할 수 있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하 의원은 “비공개로 국회 운영위원회를 열고 청와대가 인사 검증의 어려움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으면 우리도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며 “청와대는 이런 노력을 안 하고 야당은 무조건 정부를 때려잡으려는 구태정치만 반복하니 일이 자꾸 꼬이는 것”이라고 충고했다. /김현상·나윤석기자 kim0123@sedaily.com 사진=이호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