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방미사절단 빠진 롯데·포스코·KT...'코드' 작용했나

"통상 현안 첩첩인데..." 철강업계, 빅3 탑승못해 당혹

전 정권 선임 권오준·황창규 제외돼 靑 입김 의심

대한상공회의소가 23일 이달 말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 순방에 동행할 경제인 52명 명단을 확정 발표했다. 재계 주요 총수를 비롯한 전문 경영인들이 경제인단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재계 서열 5위인 롯데와 국내 최대 철강사인 포스코, KT는 제외됐다. 대한상의 측은 대미 투자와 미국 사업 실적 등을 고려해 민간 중심으로 경제인단을 추렸다는 입장이지만 최종 선정에는 결국 청와대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이번 순방엔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을 비롯해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본준 LG그룹 부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구자열 LS그룹 회장, 신현우 한화테크윈 대표 등이 동행한다.

반면 순방길 참석을 희망했던 권오준 포스코 회장과 황창규 KT 회장, 허수영 롯데그룹 화학BU장(사장)은 제외됐다. 권 회장과 황 회장은 경제단체들의 추천에도 불구하고 심의 과정에서 제외됐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청와대의 ‘코드 선발’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경제인단 명단에서 나란히 제외된 포스코와 KT는 정권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대표적 기업으로 꼽힌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어김없이 최고경영자(CEO)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퇴했다. 이 때문에 전 정권 때 선임된 권오준 회장과 황창규 회장을 청와대가 의도적으로 제외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재계에서 나온다.

관련기사



철강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통상 이슈 등 철강업계가 직면한 현안이 많은 만큼 권 회장이 당연히 참가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며 당혹해했다. 권 회장은 지난 9일 철의 날 기념식에서 기자들과 만나 “(순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열심히 좋은 아이디어를 만들어보겠다”며 순방 동행에 강한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당황스러운 기색은 포스코뿐 아니라 철강업계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철강업계는 이번 대통령 순방에 업계 대표선수가 함께해 미국 정부·업계 관계자들과 최대 현안인 통상 문제 해결의 접점을 찾을 것으로 기대해왔다. 하지만 철강업계에서는 국내 빅3(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가 모두 순방에서 빠졌다. 그나마 표면처리 전문 업체인 TCC동양의 손봉락 회장이 동행하기는 하지만 TCC동양은 철강이 아닌 ‘기계장비·자재’ 업종으로 분류됐다. 업계에서는 “대표성이 떨어질뿐더러 무게감 측면에서도 세계 5위 철강사인 포스코가 참석하는 것과 아닌 것은 차이가 크다”고 우려했다.

KT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KT 고위관계자는 “새 정부 첫 해외순방인 만큼 동행하는 게 좋다고 판단해 실무진이 황 회장에게 건의했고 황 회장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신청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KT는 공교롭게도 이석채 전 회장 때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던 터라 내부에서는 현 정부가 무언의 메시지를 보내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이 전 회장은 2013년 11월 박근혜 정부의 유럽 순방 때 빠졌고 비슷한 시기에 배임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사퇴했다. /정민정·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한재영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