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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도시] 역사성·사회성 담아 공간의 공공적 가치를 높이다

'마로니에공원 대표 설계자' 故 이종호 건축가의 건축철학

고(故) 이종호 건축가고(故) 이종호 건축가







우의정 ㈜건축사사무소 메타 대표우의정 ㈜건축사사무소 메타 대표


우의정 ㈜건축사사무소 메타 대표가 마로니에공원 재정비 작업에 대해 설명하면서 줄곧 강조한 것은 함께 작업을 진행한 고(故) 이종호 건축가의 역할이다. 우 대표는 “마로니에공원에는 저보다는 그의 의지가 더 강하게 표현됐기 때문에 만약 한 사람의 대표설계자를 선택해야 한다면 이종호”라고 단언했다.


이종호 건축가는 마로니에공원의 첫 설계자이자 한국 건축의 거장으로 꼽히는 고(故) 김수근 건축가의 마지막 제자로 잘 알려져 있다. 그가 김수근 건축가의 ‘공간연구소’에서 일하다 독립해 설립한 건축사사무소가 ㈜건축사사무소 메타다. 우 대표는 이종호 건축가의 대학 후배로 그를 따라 ㈜건축사사무소 메타에 1989년 입사해 함께 일했고 그를 대신해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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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호 건축가는 해외유학을 거치지 않은 순수 국내파 건축가로서 국내 건축사에 남을 여러 작품을 남겼다. 이 중 마로니에공원을 비롯해 용두리주택, 홍천휴게소, 제주롯데아트빌라스, 노근리평화기념관으로 한국건축문화대상을 5차례 수상했다.

그는 건축 작업마다 건축물이 들어설 장소의 역사성과 사회성에 주목했다. 마로니에공원의 경우 서울대 인문학부가 위치했던 곳이자 소극장과 미술관 등 문화시설들이 밀집해 있는 문화지구로서의 입지에 주목한 결과다. 서울에 대해서는 “복잡하고 통일되지 않은 거친 혼성도시의 풍경이지만 역사성을 담아 개개 공간의 질을 다듬는다면 ‘지옥 같은 천국’의 역설을 실현할 수 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와 친분이 두터웠던 건축가 승효상 이로재 대표는 2014년 그의 작고 이후 한 언론 기고를 통해 “바른 건축가의 태도에 가장 가까이 있는 이는 이종호”라며 “누구보다 건축에, 사회에, 역사에 정통하고 우리의 삶을 늘 깊게 사유했으며 건축이 지녀야 할 공공적 가치에 지극한 관심이 있었다”고 애도했다.

우 대표도 그의 철학과 업적을 기리는 일에 나서고 있다. 그의 1주기에는 한양대 대학원 겸임교수,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건축과 교수 등을 역임하며 학자로서 활동한 그의 공공건축을 조명하는 책을, 2주기에는 건축가로서 남긴 작품을 소개한 작품집을, 3주기인 올해에는 그의 대표작품들에 대한 평론을 담은 책을 각각 발간했다. 5주기에는 그의 건축작품을 전시하는 건축전을 열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박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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