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과징금 고시 개정 등 단기개혁의 청사진을 내놓았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이번에는 중장기 과제를 제시했다. 우선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공짜로 정보를 독점하고 있는 구글·페이스북 등 글로벌 정보통신(IT) 기업에 대해 칼을 뽑아 들었다. 또 개혁 대상에 한국전력 등 공기업도 포함하겠다고 천명했다.
25일 김 위원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국민 세금으로 네트워크를 깔았는데 아무런 비용도 지급하지 않고 정보를 싹쓸이하고 있다”면서 “어떻게 접근할지에 대한 신중한 연구를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 기업에 대한 규제 도입 여부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글로벌 IT 기업의 정보 독점에 대한 각국의 규제는 크게 강화되는 추세다. 지난해 독일은 페이스북이 개인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서비스를 사용할 수 없게 한다는 혐의에 대해 지위 남용 여부 조사를 시작했다. 일본은 최근 데이터 수집 방법과 배타적 활용 등을 감시해 선을 넘으면 독점금지법을 적용하겠다는 새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도 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는 이 같은 정보 독점이 경쟁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게 김 위원장의 생각이다. 그는 “4차 산업혁명에는 네트워크 효과가 있어서 선점하면 후발주자가 들어갈 여지가 없다”며 “공정위의 새로운 역할은 미래의 새로운 산업을 지탱할 시장구조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기업에 대한 개혁 의지도 피력했다. 그는 “공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담합, 지배구조 등은 더는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이는 임기 3년 동안 꼭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 중 하나”라고 말했다. 공기업의 불공정 행위는 공정위의 제재에도 어김없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 2월 서울메트로는 공사 기성금에 대한 이자를 시공사로부터 받으면서 이자율을 4배가량 높여 받다가 적발돼 1억원이 넘는 과징금을 물었다. 올해 초에는 도로공사가 고속도로 휴게소 등의 위탁운영계약 연장을 볼모로 기름을 최저가에 판매하도록 강요한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한전KPS 직원이 협력업체 직원을 개인 밭에서 일하게 했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2015년 전후로 공정위가 자회사 등에 일감을 몰아준 한국전력·도로공사·철도공사·가스공사 등 공기업에 수백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공정거래법 적용 대상에 공기업을 확실하게 포함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대형 공기업은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규제 대상이었지만 중복규제 등을 이유로 지난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서 일괄 제외된 상태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도 중장기적 과제로 꼽았다. 김 위원장은 “기업 소유 지배구조 문제는 단기간 내에, 특히 사전적인 규제법률을 통해서 한 번에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잘못된 행위에 문제를 제기하고 잘못됐으면 응당 페널티를 부과하는 방식 통해서 행동을 개선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삼성꿈장학재단의 삼성그룹과의 특수관계 여부를 들여다보겠다는 의사도 피력했다. 삼성꿈장학재단은 삼성 X파일 사건 이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사재를 털어 사회환원 차원에서 만든 공익재단이다. 그는 “우리 법체계에서 삼성꿈장학재단은 삼성의 특수관계인이 아닌 것이 맞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것이 삼성이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2009년 이후 많은 시간이 흐른 만큼 이를 살펴보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세종=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