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미국 대선 개입 작전을 미 중앙정보국(CIA)이 사전에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포스트(WP)는 CIA가 대선을 3개월 앞둔 지난해 8월 이러한 정보를 파악했으며 백악관은 이에 대응하기 위한 비밀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고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TF는 러시아가 유권자 등록 명단이나 투표집계기를 해킹해 미 대선을 방해하는 일을 막는 데 초점을 맞추고 활동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TF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승리를 돕기 위해 선거를 조작하는 것처럼 보일 가능성을 경계해 러시아 측의 ‘힐러리 밀어내기’ 작전에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클린턴 후보 측에 불리한 e메일이나 음성파일이 지속적으로 유출되는 일에는 미처 손을 쓰지 못했다. 하지만 클린턴 후보가 우세하다는 예상을 뒤엎고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를 거머쥐자 오바마 행정부 내에서는 러시아에 강력한 조치를 하지 않았던 것을 자성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고 WP는 전했다. 한 전직 관리는 WP에 “안보 당국자들은 ‘우리가 잘못한 건가’라고 자성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보도가 나오자 오바마 전 대통령이 러시아의 대선개입 사실을 알면서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고 역공을 폈다. 미 연방수사국(FBI)에 ‘러시아 커넥션’ 수사를 중단하라는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으로 수세에 몰린 상황을 반전시킬 카드로 삼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는 23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이 대선 전 러시아에 대해 알았다는 것을 오늘(23일) 처음 들었다”며 “그는 그것에 관해 어떤 일을 해야 했다. 몹시 슬프다”고 비판했다. 그는 다음날 트위터를 통해서도 “오바마 정부는 러시아의 대선개입에 관해 (대선일인) 지난해 11월8일보다 훨씬 전에 알았다. 그에 관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왜?”라고 지적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커넥션’을 수사하는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를 해임할 의사가 없다고 이날 밝혔다. 숀 스파이서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해임 권한을 갖고 있지만 그렇게 할 의도가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뮬러 특검에 대해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과 매우 좋은 친구 사이여서 성가시다. 두고 봐야 한다”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면서도 “뮬러 특검은 매우 정직한 사람이며 그가 정직한 결론을 내기를 희망한다”고 신임 의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