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에너지 세제개편 서민부담 늘려선 곤란하다

정부가 에너지 세제를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손질하는 모양이다. 이번 개편은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정부는 국책연구기관의 용역 결과를 토대로 다음달 초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한 뒤 올가을 국회에 제출할 세제개편안에 관련 내용을 반영할 예정이다.


재정당국이 의뢰한 용역 결과에는 유연탄과 액화천연가스(LNG) 관련 세금 조정도 있지만 단연 논란거리는 경유세 인상 방안이다. 경유 가격을 휘발유의 최소 90%, 최대 125%까지 인상한다는 시나리오다. 10개에 이르는 인상안 모두에 경유세를 올리는 내용이 담겼으니 파장이 작지 않을 수 없다. 기획재정부는 논란이 일자 “인상을 전제로 한 용역이 아니다”라는 어정쩡한 해명을 내놓은 데 이어 26일에는 아예 “인상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뒷맛은 남는다. 처음부터 인상하지 않겠다고 하면 될 일인데도 하루가 지나 공식 입장이 다르니 석연찮다. 국책연구기관의 용역 결과로 운을 뗀 뒤 실제 정책으로 이어진 전례가 어디 한두번인가. 3년 전 담뱃값 인상이 그랬다. 더욱이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2030년까지 경유차량을 퇴출시키겠다며 강력한 미세먼지 대책 추진을 공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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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감축에는 국민적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돼 있다. 관건은 방법과 속도다. 그러자면 미세먼지 발생 원인부터 정확하게 규명하는 것이 우선이다. 일단 경유차가 미세먼지의 주범인지부터 논란이 분분하다. 경유가 연소하면서 질소산화물과 황산화물 같은 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것은 맞지만 경유차의 배출 비중이 적게는 10%, 많게는 30%로 들쭉날쭉하다. 게다가 경유차의 미세먼지 대부분은 노후 화물차와 건설기계에서 배출되지 최신형은 휘발유 차량과 엇비슷하다. 이런데도 경유세를 인상하면 그 부담이 소상공인과 서민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다. 에너지 세제개편은 국민 생활과 밀접한 만큼 서민과 중산층의 세 부담을 늘리는 데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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