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통신비 인하 후폭풍…유통점 2만5,000곳 문 닫을 판

이통사 비용절감 방안 마련 나서

年 7조 판매수수료 감축 최우선

단말기 자급제땐 유통점 매출 급감

유통업자 "생존권 보장을"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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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연간 최대 4조6,283억원의 이동통신 요금을 줄일 수 있는 가계 통신비 절감 대책을 내놓자 이동통신사들이 비용절감 작업에 착수했다. 이통사들은 7조원에 육박하는 판매수수료 감축을 최우선 항목으로 꼽고 있어 2만5,000여개에 달하는 유통매장의 매출급감과 연쇄도산의 ‘풍선효과’가 우려된다. 이동통신 유통업자들도 “생존이 달린 문제”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6일 한 이통사의 고위 관계자는 “통신요금 인하라는 정부 정책을 따를 경우 큰 폭의 영업이익 감소가 우려된다”며 “현재 각 부서별로 비용 절감을 위한 방안 마련에 착수한 상황이며 영업이익 감소분만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 있다”고 전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지난 19일 SK그룹 확대경영회의에서 “이통사의 영업 정책도 중장기적으로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과학적인 접근이 이뤄져야 하고 (기존 유통 방식의) 한계를 극복해야 할 것 같다”고 밝히며 유통망 개선 의지를 나타낸 바 있다.

실제 이통사들의 지난해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판매점에 지급하는 수수료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관련 비용 감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SK텔레콤의 경우 지난해 별도기준으로 10조5,683억원의 영업비용을 지출했고 이중 일선 대리점에 판매장려금(리베이트) 및 수수료로 지급한 금액은 50%에 가까운 시장점유율을 감안할 때 3조5,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SK텔레콤의 영업비용 중 3분의 1가량이 대리점에 지급하는 리베이트인 셈이다.


KT는 지난해 별도 기준으로 15조 9,692억원의 영업비용을 지출했으며 이 중 판매수수료는 2조1,232억원으로 전체 비용의 13%를 차지했다. KT의 경우 연 2조9,000억원에 달하는 단말기 등 장비 구입비와 2조5,000억원에 달하는 감가상각비의 경우 줄이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며 연 2조원 수준의 급여 또한 황창규 회장 체제에서 한차례 인력감축이 있었다는 점에서 여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별도 기준으로 10조7,045억원의 영업비용을 지출한 LG유플러스는 일선 대리점에 전체 비용의 14% 수준인 1조4,887억원의 판매수수료를 지급했으며, 감가상각비(1조6,476억원)와 콘텐츠 이용료 등이 포함된 지급수수료(1조3,556억원)는 줄일 여지가 많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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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 3사의 지난해 판매 수수료 규모를 합치며 7조원으로 통신비 인하 방안을 전부 이행할 경우 발생하는 4조6,283억원의 효과와 비교해 1.5배 수준이다. 판매수수료를 현재의 3분의 1 수준으로만 줄이면 통신비 인하 방안이 모두 이행되더라도 영업이익에 타격을 받지 않는 셈이다.

이통사들의 판매수수료 비중이 높은 것은 지난 1990년대 후반 이통 시장이 성장할 당시 가입자 유치를 위해 막대한 리베이트 비용을 쏟아 부었던 관행이 고착화된 탓이다. 이 같은 관행은 단통법이 시행된 이후 리베이트 금액이 줄면서 다소 잠잠해졌지만 현재도 가입자 유지나 불법 보조금을 통한 추가 가입자 유치를 위해서 이통 3사 합쳐 연 7조원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리베이트를 없앨 경우 큰 폭의 매출 역성장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통구조 개편이 쉽지 않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단통법 시행으로 요금 약정할인을 택하는 고객이 늘어나고 보편적 요금제 도입 등으로 이통사 매출이 대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단말기 자급제’로의 전환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 유럽에서는 편의점에서 유심칩을 사고 일선 가전제품매장에서 단말기를 구입 해 인터넷으로는 요금제만 선택하는 단말기 자급제가 보편화 돼 있다. 단말기 자급제가 실현 될 경우 이동통신 가입자 유치 시 매달 요금의 7% 가량을 일선 판매점에 수수료로 지급할 필요가 없는데다 리베이트 비용도 줄어 통신요금이 보다 내려갈 수 있다. 단말기 제조사들 또한 통신 요금과 단말기를 묶어 팔기 힘들다는 점에서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반면 이동통신 유통업자들은 단말기 자급제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현재 전국 2만5,000여개 대리점에서 20만 명이 넘는 인력이 이동통신 유통업에 종사하고 있는데 이통사에서 주는 판매 장려금 없이 악세사리 판매 및 제조사에서 지급하는 리베이트 만으로는 사업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는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간담회를 통해 휴대폰 판매점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해달라고 촉구하는 등 생존권 확보에 나서고 있다. 협회 측은 “박근혜 정부에서 등장한 단통법의 여파로 골목상권은 이미 회생 불가능한 피해를 입었다”며 “이동통신 판매점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과 소상공인 보호 법제화를 통해 골목 상권을 살리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을 조속히 시행해달라”고 강조했다.

양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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