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김대환 칼럼] 새 정부 50일을 보며 5년을 생각한다

인하대 경제학과 명예교수·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장

일자리委 대통령 주재 나섰지만

노동시장 구조개혁 비전 안 보여

공직배제 원칙 깨진 코드인사 넘어

비전·정책 가진 인사로 승부해야

김대환 전 노사정위원장




새 정부가 출범한 지 꼭 50일째 되는 날이다. 아직 내각 구성이 완료되지 않은 시점이어서 다소 이른 감은 있지만 ‘시작이 반’이라 했으니 지금까지 50일 동안 드러난 정책 방향과 인사로 향후 5년을 생각해보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시대적 과제인 사회 양극화 해소를 일자리 문제에서 접근한 경제사회정책의 방향은 적절하다. ‘보다 많은 일자리, 보다 나은 일자리’는 최근 정부마다 추진해왔지만 국가적 역량 집결을 위해 대통령 주재 일자리위원회를 설치한 것은 새 정부의 결연한 의지 표현이다. 그래서인지 같이 갈 승객이 다 타기도 전에 일자리위원회는 서둘러 개문 발차했다.

목적지까지 안전 운행하기를 바라지만 길만 멀고 험한 것이 아니다. 우선 위원회 구성에서 11개 부처의 장관을 포함해 당연직 범정부위원이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 등을 볼 때 일자리에 대한 문제의식과 정책의 개념 설정이 제대로 됐는지 고개가 갸우뚱거려진다. 게다가 볼멘소리를 단번에 잠재우고 특정 집단의 참여를 위해 멍석을 까는 등의 정지 작업은 일자리 문제의 정치화를 가져오지 않을까 우려되는 대목이다. 비정규직 ‘제로’나 최저임금 ‘1만원’이 거듭 강조되는 것도 좋은 징조만은 아니다. 만약 속전속결로 ‘겉과 끝만 맞춘’ 성과로 돌진하면 할수록 위원회의 수명은 그만큼 단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보다 문제인 것은 사회 양극화의 ‘주범’인 노동시장의 구조개혁에 대한 종합적 비전과 이를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달 초 발표된 정부의 ‘일자리 100일 계획’은 이 핵심은 빼놓고 백화점식 나열을 되풀이하고 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개혁 없이 일자리 문제에 개별 이슈별로 접근하다 보면 사회 양극화가 오히려 심화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고통 분담, 투명 경영, 합리적 노동운동, 사회안전망, 공정거래 등 경제사회 전체에 걸친 사회적 대타협을 통한 노동시장의 구조개혁은 결코 미뤄놓을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이를 위한 그동안의 노력만은 ‘전 정부 지우기’에 포함하지 말고 계승 발전시켜줄 것을 간곡히 부탁한다.

관련기사



지금까지 50일 동안 지면을 장식한 새 정부의 인사를 보면 기조는 ‘코드 인사’로 드러난다. 애초의 ‘탕평 인사’ 공언은 ‘내각은 탕평’으로 수정됐지만 실제로는 청와대만이 아니라 내각마저도 코드 인사다. 이 인사 기조는 일회성으로 그칠 것 같지 않다. 적폐 청산을 통한 개혁이라는 대의명분에 ‘등록’된 인재가 넘쳐난다고 한다. 여기에다 ‘흙수저 신화’를 덧붙이는 정도의 ‘리스트 인사’ 범위를 벗어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코드 인사를 ‘동종 교배’로 재단해버리는 것은 지나치다. 문제는 인사권자가 설정한 ‘공직 배제 5대 원칙’과의 충돌이다. 코드 인사일수록 충돌 가능성이 높으리라는 것은 지금까지 보인 사례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고유인사권과 국민 검증을 내세운 대통령의 돌파(시도)는 떳떳하지 못했다. 논리적으로 자가당착일 뿐 아니라 근거도 박약해 ‘책임 회피’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5대 원칙’은 스스로 천명한 고유인사권을 위한 원칙이며 국민 검증의 근거로 삼은 여론조사는 응답률이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 청문회에서 신상 문제를 물고 늘어지는 것도 꼴불견이지만 이번 경우에는 5대 원칙을 금과옥조로 내세웠으니 인사 검증이 그에 집중되는 것을 탓할 수조차 없게 된 셈이다.

새 정부가 50일 동안 누린 높은 지지도의 상당 부분은 탄핵정국의 여진이다. 이제 ‘헌 정부’와의 비교 시점이 지나가고 이른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 통하지 않는 시간만을 남겨두고 있다. 비전과 정책 그리고 그 과정의 관리를 해나갈 인사로 승부를 봐야 할 5년이 눈앞에 펼쳐져 있다.

5월31일자 본란 ‘김대환 칼럼’의 제목을 필자와 상의 없이 바꾼 것에 대해 정중히 사과드립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