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유가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국내 증시에 유입된 중동계 자금의 유출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코스피가 이틀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순항 중이지만 유가 하락에 따른 중동계 자금이탈이 가속화할 경우 외국인 투자심리 위축으로 이어져 상승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27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0.14%(3.29포인트) 오른 2,391.95에 장을 마감하며 하루 만에 종가 최고치(2,388.66) 기록을 갈아치웠다. 장중 기준으로도 2,397.14까지 오르며 전날 세워진 장중 최고기록(2,390.70)을 바꿔썼다. 기관이 3,825억원 순매도했고 외국인도 576억원 순매수에 그쳤지만 개인이 2,213억원을 사들이며 지수를 끌어 올렸다. 이날 개인이 순매수한 금액의 대부분(2,207억원)은 시가총액 대형주에 집중됐다. 업종별로는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LG전자(066570)·삼성전기(009150) 등이 속한 전기·전자(1,604억원)를 가장 많이 사들였다.
코스피가 ‘개미의 힘’에 힘입어 이틀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시장에서는 국제유가 하락이 몰고 올 외국인 투자가들의 변심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유가 하락에 민감한 중동 자금의 순유출 규모가 최근 다시 늘어날 기미를 보이면서 경계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대표적인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자금이 전날 기준으로 국내 주식시장에서 2,100억원 이상 빠져나간 것으로 집계됐다. 사우디 자금은 국제유가(WTI·서부텍사스산원유)가 배럴당 50달러대를 기록했던 지난해 12월(660억원)을 끝으로 국내 증시에서 6개월 연속 순유출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 증시에서 발을 빼는 중동계 자금 흐름을 주목하는 이유는 한동안 감소세를 보였던 순유출 규모가 최근 다시 확대되고 있어서다. 지난 2월 주식시장에서 1조210억원이 빠져나간 사우디 자금은 3월(-1,550억원)과 4월(-1,190억원)에는 유출 규모가 감소했다. 하지만 국제유가가 하락 기미를 보인 5월 3,360억원이 국내 증시에서 이탈한 데 이어 9개월 만에 국제유가가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 중인 6월에도 2,000억원 이상 빠져나갔다.
금융투자 업계의 관계자는 “사우디는 전 세계 3위 규모의 외환보유고를 축적하고 있는데 이중 해외 증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며 “유가 하락이 이어지면 부족한 재정 충당을 위해 해외 증시에서 주식을 매도하는 유인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사우디는 국제유가가 30달러선까지 추락했던 2015년에도 국내 주식시장에서 4조원이 넘는 자금을 회수했다. 이는 당시 외국인 전체 순매도액(3조5,775억원)을 넘는 수치다.
한편으로는 국제유가가 추세적으로 하락하기 시작한 2014년 7월 이후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계 자금이 국내 증시에서 꾸준히 빠져나갔기 때문에 더 이상 자금 대이탈과 같은 상황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사우디의 국내 상장주식 보유액은 2014년 말 16조원대에서 올해 5월 말 기준 11조원대로 줄었다.
국제유가 하락이 지속되고 중동계 자금 이탈이 계속될 경우 외국인의 투자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는 피할 수 없다. 김정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S-Oil 지분을 60% 넘게 보유한 사우디 아람코 등을 고려하면 실제 국제유가의 추가 하락에 따른 산유국 자금의 유출 규모는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단기로 볼 때 수급 위축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높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국제유가 하락으로 리플레이션(점진적 물가상승) 모멘텀이 약화되면 외국인의 투자심리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는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순매도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