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안방보험에 동양생명(082640)을 매각한 국내 대표 사모펀드(PEF)인 보고펀드와 유안타증권(003470) 등이 7,000억원대의 국제소송전에 휘말렸다.
27일 유안타증권 등에 따르면 안방보험지주는 전일 홍콩 국제중재재판소(ICC)에 2년 전 동양생명 지분을 팔았던 보고펀드의 투자목적회사(SPC)와 유안타증권 등을 상대로 6,89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손해배상 규모는 안방보험이 동양생명 지분 63.01%를 인수하며 지불한 1조1,658억원의 절반이 넘는 금액이다. 당시 동양생명 지분은 보고펀드가 57.6%, 유안타증권이 3%, 이민주 에이티넘파트너스 회장이 2.46%를 매각했다.
안방보험은 매각과정에서 지난해 3,803억원의 육류담보대출로 인한 동양생명의 손실 가능성을 충분히 듣지 못했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동양생명은 지난해 육류담보대출 3,803억원 중 2,837억원이 연체되며 2,622억원을 대손충당금으로 추정 반영해 순이익 규모가 대폭 줄었다.
이번 손해배상 청구는 동양생명 매각대금 지급을 최종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안방보험은 지난 2015년 동양생명을 사들이며 인수자금을 2년에 나눠 내기로 했다. 최근 마지막 회차인 500억원은 아직 지급되지 않았으며 5월 보고펀드와 유안타증권 측은 ICC에 안방보험에 잔금 지급을 요구하는 중재를 제기했다.
중국 안방보험이 뒤늦게 동양생명 매각 당시 리스크를 알리지 않았다며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는 내부 문제를 외부로 돌리는 전형적인 중국식 위기탈출의 방법이다. 우샤오후이 안방금융그룹 회장의 긴급 체포 이후 대출과 해외 인수합병(M&A) 리스크 관리가 중국 금융당국의 집중적인 조사를 받는 가운데 육류담보대출에 따른 손실은 안방보험에는 드러내놓고 리스크 관리를 못한 사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손해배상 청구의 시점도 절묘하다. 보고펀드와 유안타증권 등 매각 주체들이 에스크로 계좌에 있는 나머지 매각 대금을 지급하기 위해 중개 절차에 들어서자 바로 맞소송으로 대응했다. 계산된 손해배상 청구라고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남은 매각 대금을 지급하더라도 현재 중국 금융당국에서 조사 중인 리스크 관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줄 필요가 있는 만큼 일각에서는 전시용 손해배상 청구라는 말도 나온다.
IB업계에서는 안방보험이 지난해 육류담보대출을 이미 손실로 인식, 대규모 충당금을 적립한 데 이어 배당성향을 지난해보다 4배 이상 높게 가져간 만큼 손해배상 청구 자체가 사실상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의견이다. 안방보험은 올해 초 운영자금 목적으로 계열사 안방그룹지주유한회사를 대상으로 한 제3자 배정방식의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규모는 5,283억원으로 안방보험의 지분율은 75.34%(1억2,157만주)까지 늘었다.
안방보험의 주식매매계약 중재 절차를 제기한 것과 손해배상 청구액이 육류담보 손실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인 7,000억원 규모라는 점이 과도한 처사라는 입장이 지배적이다. 안방보험은 인수 이후 계열사를 대상으로 유상증자를 진행했을 뿐 아니라 육류담보손실 충당금으로 당기순이익이 96%나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170%의 배당성향을 펼치며 높은 배당금을 챙겼기 때문이다. 지난해 동양생명의 임원 25명은 육류담보대출 손실로 성과급을 하나도 받지 못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보고펀드 측의 한 관계자는 “홍콩 국제중재재판소(ICC)가 절차에 따라 판단하겠지만 소송 청구 금액은 과도한 수준”이라며 “육류담보대출 부분에 관한 것은 우리도 몰랐던 사안이라 중재 결과를 예측할 수는 없지만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엉뚱하게 유탄을 맞은 유안타증권은 “잔여 지분에 대한 동반매도청구권이 있어 함께 소송 청구를 당했다”며 “손해배상 청구가 인정됐을 때 지분율에 따라 우리가 부담해야 할 것은 330억원 수준이라 큰 영향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시진·이경운기자 see1205@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