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농업인·소비자의 동행 '로컬푸드'

김병원 농협중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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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가뭄과 조류독감(AI)으로 웃을 일이 별로 없던 얼마 전, 한 TV 프로그램을 보고 나도 모르게 함박웃음을 지은 적이 있다. 매주 농산물 판매대금이 입금되는 통장을 자랑하는 팔순의 할머니 덕분이었다. 예전에는 팔 데가 없던 농산물을 팔 곳이 생겨 삶의 재미가 생겼다고 말하는 할머니의 행복한 얼굴을 보며 가슴이 뭉클해지기까지 했다. 이 어르신께 행복을 가져다준 곳이 바로 로컬푸드 직매장이었다.

로컬푸드(local food) 직매장은 그 지역의 먹거리를 소비자들이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유통채널이다. 관내 농업인들이 당일 수확한 농산물을 직접 포장하고 진열하는 형태로 운영되며 판매가격도 농업인이 결정한다. 생산량이 적거나 규격이 들쑥날쑥해도 언제든 출하가 가능해 중소농의 든든한 판로가 되고 있다.


또 중간 유통과정이 없어 생산자는 소득을 높이고 소비자는 장바구니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출하 농업인을 알 수 있어 상품의 안전성과 신선도에 대한 만족도 역시 매우 높은 편이다. 농촌경제연구원(KREI) 조사에 따르면 로컬푸드에 대한 소비자의 만족도가 5점 만점에 4점을 넘는다. 이처럼 로컬푸드 직매장은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물리적·사회적 거리를 줄여 상호 간의 신뢰를 회복하고 서로 상생할 수 있는 지역 공동체를 지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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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은 이미 로컬푸드 직매장 활성화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2012년 전북 용진농협이 최초로 로컬푸드 직매장을 개설한 이래 117개의 직매장을 운영 중이다. 농협 로컬푸드 직매장의 경우 농업인 1인당 평균 1,100만원의 소득을 올리며 농가소득 증대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운영 내실화에도 만전을 기해 농산물 1일 유통원칙 준수 여부를 집중 점검하고 품관원과 함께 매년 3,000건 이상의 잔류농약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지역 농산물 판매에서 한 단계 진화해 6차산업과의 연계를 모색 중이다. 예로 동김제농협은 지역의 다문화가정 지원단체 등과 연계해 직매장 안에 베이커리 카페와 농가레스토랑을 운영한다. 인적 뜸한 창고에 불과했던 장소를 하루 방문객이 500명에 달하는 지역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했을 뿐만 아니라 20명에 달하는 지역 주민에게 새로운 일자리도 제공하고 있다.

방송에서 로컬푸드 직매장을 ‘농촌과 밥상을 함께 살리는 마법 같은 이야기’라 표현한 것이 오랜 여운으로 남는다. 이 마법이 실현되려면 로컬푸드 가치에 공감하는 소비자들의 절대적인 관심과 참여가 중요하다. 일찍 찾아온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지역에서 생산된 제철 먹거리로 건강한 밥상을 챙겨보는 것은 어떨까. 밥상에서 시작된 마법이 중소농의 소득 제고와 지역사회 활력 증진의 희망이 되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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