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분열적 대결 택한 민노총] 임금인상서 사드철회·이석기 석방까지...정치적 요구 봇물

■ 현장과 동떨어진 '사회적 총파업'

원청기업 직접 교섭·재벌개혁 등

사전집회선 구체적 요구도 제시

노동계 목청에도 정부는 무대응

일각 "정권 바뀌어도 구태 반복

민노총, 대주주 책임감 보여야"

3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사드한국배치저지전국행동과 사드배치철회성주투쟁위원회 관계자들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철회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3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사드한국배치저지전국행동과 사드배치철회성주투쟁위원회 관계자들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철회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아직 부끄러운 대한민국입니다.”

30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최저임금 1만원 인상과 비정규직 철폐, 노조할 권리’를 내세운 민주노총의 사회적 총파업이 진행됐지만 현장에서는 이와 동떨어진 요구들이 빗발쳤다. 민주노총은 “민주노총 역사상 비정규직 노동자가 주도하는 첫 사례”라는 점을 내세우며 총파업의 의미를 강조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한상균 위원장 석방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철회 등을 외쳤다. 때문에 이번 파업을 두고 정치적 파업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날 본집회에 5만명(주최 측 추산)가량이 참석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애초 최대 4만명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지만 1만명이 더 참석했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의 주장대로 이번 총파업에는 비정규직 및 간접고용 근로자가 주축을 이뤘다. 지난 29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한 학교비정규직노조는 이날 2만명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총파업 참석자들은 최저임금 1만원과 비정규직 철폐, 노조할 권리 보장 등의 구호를 외쳤다. 최종진 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최저임금 1만원과 비정규직 철폐, 노조할 권리는 국민의 권리”라며 “노동 적폐 청산의 ‘골든타임’은 지금이 아니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노동자를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아직 부끄러운 대한민국”이라고 덧붙였다.

본집회에 앞서 진행된 사전집회에서는 원청기업의 직접 단체교섭과 재벌개혁, 해고자 즉각 복직 등의 구체적인 요구도 제시했다.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청와대 앞에서 “이재용 부회장님, 직접교섭합시다”라고 외치며 원청기업인 삼성전자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재벌 개혁을 촉구하며 문재인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구하기도 했다. 서울 종로구 파이낸스빌딩 앞에서 사전집회를 연 공무원노조는 “공무원노조는 아직도 법외노조”라며 “해고된 공무원들을 즉각 복직하고 공무원들의 정치적 기본권을 보장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사회적 총파업이란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정치적’ 요구가 쏟아졌다. 공무원노조 사전집회에서는 한 위원장과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국회의원의 석방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기도 했다. 김선경 양심수석방추진위원회 ‘열다 0.75’ 공동단장은 “한 위원장을 비롯해 내란음모 조작 사건으로 억울하게 감옥에 간 양심수가 37명”이라며 “이런 분들이 돌아와야 진정한 민주주의가 시작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백남기투쟁본부가 주최한 사전집회에서는 고(故)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을 넘어 강정마을 과잉진압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와 함께 “사드 배치 철회하고 평화협정 체결하라”는 구호도 외쳤다. 이들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사상과 표현의 자유, 집회 결사 자유는 당연히 보장돼야 한다”며 “이번 총파업에서 이와 같은 금기를 하나씩 깨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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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가 총파업을 강행하면서 무리한 요구사항을 늘어놓았지만 정부는 수수방관으로 대응했다. 역대 정부는 통상 노동계가 총파업을 단행하면 그 규모와 경제에 미칠 영향 등을 감안해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날 총파업에 대한 정부 차원의 공식적인 입장 발표는 없었다. 사회부처의 한 고위 관계자는 민주노총 총파업에 대한 정부 입장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민주노총의 총파업은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고 여파도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했다. 앞서 교육부는 전교조의 집회 참여를 사실상 묵인했고 고용노동부는 부당노동행위 근절방안을 내놓으며 노동계 측에 힘을 실어줬다.

전문가들은 정권이 교체되면서 우선되는 가치가 바뀐 상황에서 노동계가 구태를 반복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민주노총이 변화된 환경에서 대주주로서 어떤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데 여전히 행동은 20세기 방식을 보이고 있다”며 “노동계는 조그마한 정치적인 공간이라도 생기면 그것을 점거하고 투쟁하고 장악하려 드는데 그것은 근시안적이고 수준 낮은 전략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두형·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



이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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