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정책

황영기 "가계빚 등 현안 풀려면...금융위원장 '그립' 강하게 잡을수 있는 인물 발탁을"

[서경이 만난 사람]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 '새 정부에 고언'

창업공신 낙하산 인사 절대 안돼

AI·빅데이터 등 새로운 흐름 막는

규정중심 규제 체제도 철폐해야



최근 금융투자업계의 최대 관심사는 금융위원장 인사다. 복수의 인사가 거론됐음에도 여전히 후임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황영기 회장은 “새 정부 초대 금융위원장은 ‘그립’을 강하게 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확실히 방향을 잡고 밀어붙일 수 있는 인사가 금융위원장 자리에 올라야만 가계부채 해소, 중소기업 육성, 창업 활성화, 부실기업 정리 등 굵직한 현안을 해결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다만 그는 “새 정부 초기에는 그립이 강한 인사가 맡되 두 번째 금융위원장은 시장 친화적이고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시장 출신이 좋지 않을까 싶다”고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새 정부에 대한 고언은 이어졌다. 황 회장은 낙하산 인사에 대해 “창업공신을 모른 척하는 것은 정치인의 도리가 아니다”라면서도 “보은이 도가 지나쳐서 조직을 망가뜨려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특히 “실제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전쟁터에서 앞장서야 하는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창업공신이 내려와서는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황 회장은 금융업계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한 대원칙도 여럿 제시했다. 정권이 바뀌고 시장 환경이 변하더라도 이것만은 꼭 지켜져야 할 큰 틀에 대한 제언이다. 대표적으로 원칙 중심의 규제 도입과 갈라파고스 식 규제 철폐다. 한국의 규정중심 규제체제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핀테크 등 새로운 흐름에 대한 신속한 대응을 가로막는다는 주장이다. 해외에서는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갈라파고스 식 규제도 문제다. 일례로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자산운용사는 본사와 투자 정보를 공유할 수 없고 공동 주문을 낼 수도 없다. 해외 어느 나라에도 없는 규제다.


외환시장 완전 개방도 제안했다. 황 회장은 “우리나라는 무역·자본시장을 모두 개방해놓고도 외환만 따로 묶어놓은 탓에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에 편입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황 회장이 실제로 MSCI 관계자로부터 확인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는 “금융자주권을 가진 나라인 만큼 이제 외화의 급격한 유출입을 통제할 수 있는 장치가 갖춰져 있다”며 “외환을 완전히 개방해도 된다고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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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회장은 “한국을 아시아의 펀드 산업의 메카로 만들기 위한 국가 정책을 수립하고 제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베세토(BESETO, 베이징·서울·도쿄) 벨트의 중심으로서 최근 급성장 중인 동남아 시장과의 연계를 통해 동아시아의 중심이 되는 자본시장으로서의 역할을 구상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글로벌 운용사, 기관투자가를 유치하고 국민연금 등 기금을 활용해 자본의 국제화·선진화를 도모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국내 자산운용시장 확대와 규제 합리화를 통한 사모펀드 시장 육성,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외국인투자가에 대한 인식 개선 등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기업인 출신이자 ‘삼성맨’ 출신이기도 한 황 회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기업에 대한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스튜어드십 코드를 통한 기업 감시 강화, 기업 오너의 사익 편취에 대한 처벌 강화는 피할 수 없는 시대적 대세이고 기업들 역시 투명 경영, 주주 중심 경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는 “이미 시대가 바뀌었기 때문에 누가 대통령이 됐다 해도 똑같았을 것”이라며 “오너에 충성하고 지배구조를 강화하면 편안하게 회사에 다닐 수 있었던 시절은 이미 지나갔다”고 진단했다. /유주희기자

유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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