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일 서울 서대문구 합정역 안 지하철에서 남성 A씨가 몰래카메라로 승객을 찍다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A씨는 신발 구두 앞 코에 작은 몰래카메라를 달아 여성들의 다리를 찍고 있었다. 합정동 지하철 수사대는 A씨를 성폭력처벌법 위반으로 현장 검거했다.
#2. 대학생 윤모(26)씨는 지난달 15만원 상당의 ‘몰래카메라 탐지기’를 큰 맘 먹고 구매했지만 처음 한 두 번 써 본 후 더 이상 쓰지 않고 있다. 탐지를 시작하면 화장실의 구멍과 나사를 일일이 다 확인해야 하는데다 의심이 가는 물체를 발견해도 현장에서 확인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A씨는 “5분씩 탐지기를 들이대도 찝찝함만 늘지 몰래카메라를 적발하지는 못하더라”며 한숨을 쉬었다.
몰래카메라(몰카) 범죄 위협에 맞서 탐지기를 직접 소지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지만 실제 적발 효능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들의 개별적 자구책을 넘어 제도적인 신고 대응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경제신문이 2일 몰카탐지기를 직접 들고 종로1가·홍대입구·명동 등 서울 지하철역 15곳의 화장실을 둘러본 결과 탐지기의 효능이 떨어지고 몰카 실체를 확인할 수 없어 실제 적발로 이어지는 경우는 없었다. 취재에 사용한 몰카탐지기 ‘Finder21’은 일반 여성들 사이에 인기가 높고 경찰청도 이달부터 전국 지방청 17곳과 일선 경찰서 70곳의 단속에 활용하는 기기다. 적외선으로 실내를 탐지하면 카메라 렌즈가 있는 곳에서 빛이 나도록 돼 있어 일반 탐지기보다 2~3배 비싸다. 하지만 나사 안쪽의 코팅지나 에너지절감센서까지도 카메라 렌즈로 인식한다는 부작용이 있다. 화장실 한 칸당 평균 3~5개 정도 밖으로 노출돼 있는 나사를 탐지기가 카메라 소재로 의심한다는 것이다.
탐지기가 몰카 의심 물체를 찾아내더라도 현장에서 몰카 설치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서울경제신문이 증거 확보를 위해 몇몇 지점을 사진으로 찍어 지하철 경찰 수사대를 찾아갔지만 경찰 관계자는 “지하철 수사대는 장비가 없어 함부로 문을 뜯어볼 수 없다”고 말했다. 직장인 정모(30)씨는 “지난달 화장실에 의심 가는 구멍이 많아 경찰에 신고하고 싶었지만 심증밖에 없어 포기했다”고 전했다.
현장 대처가 미흡한 만큼 개인의 자구책 대신 제도적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시민단체 ‘디지털 성범죄 아웃’(DSO)은 △전문가만 몰래카메라 구매 △몰래카메라 구매자 관리 시스템 구축 등의 내용을 담은 ‘몰카방지법’을 인터넷 입법플랫폼 ‘국회톡톡’에 제안했다. 이용호 국민의당 의원도 지난 5월 몰카 촬영·제작 적발 시 벌금 기준을 5~6배 높이고 인터넷 유포자도 처벌 대상에 포함시키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2011년 1,565건이었던 몰카 범죄는 지난해 5,185건으로 증가했으며 몰카 크기와 유형도 1mm 초소형 카메라에 나사·모자·시계 등으로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지난해 한국여성변호사회가 판결문상 피고인 수를 기준으로 카메라 촬영 범죄 발생 장소를 집계한 결과 지하철 54.7%, 노상 10.8%, 버스·택시 안 4.6%, 집·숙소 3.2%, 공중화장실 2.8% 순으로 범죄가 자주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