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분기 기준 1,360조원에 육박한 가계부채의 뇌관은 신용대출과 자영업자 대출 등 경기변동에 따라 ‘갚지 못할 돈’이다. 정부는 빨라지는 고령화로 가계부채의 취약 고리는 중장년층에 집중돼 있다고 판단했다. 젊은 세대는 빚의 늪에 빠져도 경제활동을 통해 재기할 여지가 있지만 은퇴 세대인 중장년층은 한번 경제활동이 꺾여 소득이 줄면 빚이 빚을 낳는 악순환에서 헤어나오기 힘들다. 신DTI 도입을 서두르는 것은 고령화가 빨라지는 인구구조 변화를 감안한 결과다.
특히 금융 당국은 50대 이상 자영업자의 가계 빚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50대 이상 자영업자의 금융부채 상황은 심각하다. 2006년 264만명, 전체의 44%였던 50대 이상 자영업자는 지난해 316만명, 전체의 57%까지 불어났다. 최근 주력산업의 경쟁력 저하로 구조조정이 단행되면서 은퇴한 세대들이 대거 자영업 시장으로 유입된 것이다. 이들은 대부분 베이비붐(1955~1963년 출생) 세대인데 빚을 늘리는 데 적극적이다.
50대 이상 자영업대출 잔액은 2013년 67조원에서 올해 1·4분기 98조2,000억원으로 31조원 이상 뛰었다. 같은 기간 30대 이하 자영업대출(23조4,000억원)이 8조원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속도가 4배가량 빠르다. 빚을 내 부동산 투자도 공격적으로 하고 있다. 한은은 최근 금융안정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하면서 “베이비붐세대가 임대주택 투자를 확대하면서 관련 부채가 증가하고 있다”는 진단도 내놓았다.
빚을 낸 만큼 소득은 늘지 않으면서 50대 이상의 소득 대비 가계부채비율(LTI)은 치솟고 있다.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30대 이하의 LTI는 185%(3월 말 기준)인 데 반해 50대는 207%, 60세 이상은 250%에 달한다. 전체 자영업의 LTI가 355.9%인 것을 감안하면 50대 이상 자영업자의 LTI는 평균보다 훨씬 더 악화했을 개연성이 높다. 지난해 기준 평균 은퇴연령은 51.6세인데 가계부채의 금융부채는 10년이 지난 60대에 들어서야 감소한다. 베이비붐세대가 빚을 늘린 결과다. 당국은 신DTI 도입을 서둘러 중장년층 가계 빚이 늘어나는 데 브레이크를 걸 방침이다.
정확한 통계조차 없었던 자영업자 공식 통계도 가계부채 대책에 포함된다. 자영업 대출이 우리 경제의 뇌관이 된 지 오래됐지만 그동안 한은(480조원)과 금감원(520조원)의 기준(제2금융권 영리성 자금 대출)이 달라 면밀한 실태 파악이 어려웠다. 통계를 통일해 자영업 실태 관리를 강화할 예정이다.
이번 대책에는 대통령의 공약에 맞춰 국민행복기금이 보유한 1조9,000억원의 소액·장기연체채권을 소각해 약 44만명의 빚을 탕감하는 내용도 담긴다. 1인당 약 435만원의 채무가 사라진다. 채무재조정을 통해 금융 사각지대에 놓인 장기채무자들에게 재기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취지다. 이와 함께 햇살론과 바꿔드림론·버팀목대출 등 서민금융의 대출 한도와 자격 기준을 완화해 저소득층과 청년층의 경제활동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중장년층의 부채 증가 속도를 줄이고 저소득층과 금융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늘려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경우·빈난새기자 bluesqua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