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빗물 모아 가뭄 해갈하듯 실명·파산도 극복했죠"

'삼세번' 일어선 이기웅 베이스캠프코리아 대표

IMF 당시 부도 맞고 시력 잃어

재도전 사업도 파산신청 불운

빗물집수장치 '우물터' 개발

재활용水 틈새시장 공략 나서

작년 매출 3억…도약 발판 마련





“시력도 잃고 파산까지 했지만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신규 아이템으로 틈새 시장을 공략하면 재기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빗물집수장치로 다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것입니다.”


이기웅(56·사진) 베이스캠프코리아 대표 이사는 앞을 보지 못한다. 1990년대 중반 해외에서 부품을 수입한 뒤 조립해 정수기를 납품하는 사업을 시작했지만 국제통화기금(IMF) 직격탄으로 부도를 맞은 뒤 당뇨, 급성 폐결핵으로 건강이 악화됐고 식도협착 수술을 받은 후 시력을 잃고 말았다.

절망에 빠질 법도 했지만 이 대표는 사업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았다. 2004년부터 재활 훈련에 매진했고 2006년 초음파를 활용한 물탱크 세척기 사업에 뛰어들었다. 정부로부터 연구개발(R&D) 지원자금을 받아 초기 수준의 제품 개발에도 성공했다. 하지만 시제품, 완제품 개발에 필요한 자금이 부족해 은행에 손을 빌리게 됐고 사업을 유지하려다 보니 부채가 쌓여 결국 2012년 파산을 신청하고 말았다.

바닥 직전까지 같지만 이 대표는 삶의 끈을 놓지 않았다. 파산 신청 과정 동안 빗물집수장치라는 아이템 개발에 다시 몰두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빗물 활용도가 낮은데 최근 들어 빗물 집수 장치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고 지자체에서도 사업 보조를 해 줘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2013년 면책을 받은 후 빗물집수장치 개발에 성공했고, 그해 말 베이스캠프코리아란 이름으로 개인사업자 등록을 했다. 브랜드 이름은 ‘우물터’로 정했다.


그는 “사업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비 모양과 비슷한 11월 11일 11시에 개인사업자 등록을 했다”며 “2014년부터 매출액이 본격적으로 발생했으며 지난해에는 3억원 수준의 매출을 올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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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캠프코리아의 빗물집수장치는 크게 집수기·저류기·물탱크로 나뉜다. 집수기는 스크린 필터를 통해 빗물에 섞여있는 1~3mm 물질을 걸러주며, 저류기는 2차로 한번 더 침전물과 부유물질을 제거한다.

이렇게 정화된 물은 물탱크로 모이며 화장실 물, 농업용수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서울을 비롯해 주요 광역시와 대도시 지자체의 경우 빗물집수장치를 설치하면 90% 정도 비용을 지원해 주기 때문에 수요가 늘고 있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비가 올 때 빗물을 모아놨다가 비가 안 올때 물을 쓰도록 하는 것이 빗물집수장치의 장점”이라며 “최근 가뭄이 지속되면서 농사를 짓는 가정 등을 중심으로 설치 요청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베이스캠프코리아는 사업 아이템을 확산하는 것도 준비 중이다. 현재 가려움증을 해소해 주는 은이온수가 함유된 ‘닥터수’를 개발 중이다. 또 소리가 잘 들리는 미세먼지 방지용 마스크도 출시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빗물집수장치는 여름철에 수요가 집중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사계절 내내 판매할 수 있는 아이템을 구상하게 됐다”며 “베이스캠프코리아를 2025년까지 매출 1,000억원대의 회사로 키우는 게 최종 목표”라고 강조했다.



한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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