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한미 FTA 재협상은 기정사실…대응 논리 철저히 준비해야"

■서경펠로가 본 한미정상회담-경제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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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첫 외교 시험대였던 한미 정상회담이 수많은 기대와 우려 속에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막을 내렸다. 역대 정부 가운데 가장 빠른 취임 51일 만에 전격 성사된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북핵 해법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문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 향후 5년간의 한미관계는 물론 한반도의 미래를 좌우할 숱한 난제들이 줄줄이 논의됐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정치·외교·안보·경제 분야 전문가들은 어떻게 평가했을까. 서울경제신문의 매머드급 자문단인 ‘서경펠로’들은 내각 구성조차 끝나지 않은 상태서 이뤄진 첫 정상회담임에도 굳건한 한미동맹의 신뢰관계를 재확인했다며 일단 합격점을 줬다. 다만 예상치 못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계책(計策)’으로 한미 FTA 재협상이 기정사실화된 것은 앞으로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서경펠로들은 통상 분야 실무진급을 중심으로 서둘러 재협상에 대비한 대응논리를 개발하는 등 철저한 준비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내각 미완성에도 성공적…‘FTA 청구서’ 가장 부담

대미교역서 ‘과도한 이익 받고있지 않다’ 강조하고

美측 논리 취약점 파고들면 더 많은 것 얻어낼 수도




먼저 이번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서경펠로들은 대체로 80점(100점 만점 기준) 이상의 후한 점수를 매겼다. 김동욱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내각 인선이 마무리되지 않아 첫 정상회담을 준비할 여력이나 기반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예측이 쉽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협상을 성공적으로 잘한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이상일 전 새누리당 의원은 “구체적으로 우리가 손에 쥔 건 별로 없지만 첫술에 배부를 순 없다”며 “이번 회담을 통해 양국 정부가 서로 신뢰를 쌓을 수 있었다는 점은 높게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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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우려는 한미 FTA 등 경제·통상 문제다. 남성욱 고려대 행정대학원장은 “한미 FTA 재협상이라는 막대한 청구서를 받게 됐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회담을 통해 재협상에 대한 매우 강한 의지를 밝힌 만큼 결국 재협상은 기정사실이 됐다”고 분석했다. 강인수 현대경제연구원장은 경제문제에서 한국이 수세적 입장을 취한 것을 아쉬운 점으로 지적했다. 강인수 원장은 “언론 보도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정치를 의식해 한미 FTA에 대한 세부적 내용을 잘 파악하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재협상을 주장한 것으로 보인다”며 “트럼프가 잘못 이해한 부분에 대해선 우리가 좀 더 적극적으로 반박할 필요가 있었는데 다소 수세적으로 끌려간 듯한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반면 오히려 문 대통령의 무관심 대응전략이 적절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김용철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는 “양국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상황에서 트럼프가 매우 직접적인 표현으로 한미 FTA 재협상을 주장했지만 문 대통령이 받아주지 않고 무관심으로 대응한 것은 잘한 일”이라며 “만약 함께 논의했다면 우리가 트럼프의 전략에 말려들었을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서경펠로들은 한미 FTA 재협상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양국의 주요 현안이 된 만큼 지금부터라도 철저한 대응전략을 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용철 교수는 “대미 교역에서 특별히 과도한 이익을 받고 있지 않다는 점을 계속 설득할 필요가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FTA 수정전략에 휘말리지 않도록 우리 실무진도 치밀한 논리를 개발해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상일 전 의원은 “어떤 식으로든 미국은 손해를 보고 있는 분야에 대한 이익을 관철하고자 압박을 가할 것”이라며 “서둘러 통상 라인의 인선을 마무리하고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재협상 준비에 착수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채수찬 KAIST 기술경영학부 교수(전 국회의원)는 “미국이 재협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여지가 생각보다 크지 않다”며 “오히려 우리가 미국 측 논리의 취약점을 파고들면 더 많은 걸 얻어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김현상·나윤석·강광우·박효정·하정연기자 kim0123@sedaily.com

김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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