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중소기업 위한 로우킥(Law-Kick)] '가격 후려치기' 하청계약, 사후 변경 가능

<3>법으로 극복한 불공정 하도급

'불공정계약' 통신기기 보수업체

일방 해지·손배소까지 당했지만

'성실 이행 노력' 법원이 인정

1심서 3심까지 모두 이겨

하도급거래 공정화법 활용땐

시정 요청·증액 청구할수 있어

발주자 하청승낙 받았는지도

계약전 꼭 살펴야 피해 안봐

군이 통신용으로 사용하는 전자식 교환기. 이 장비를 수리하는 2차 하청업체인 씨씨포어는 불공정 하도급 계약에 맞서 소송을 치른 끝에 지난해 최종 승소했다.  /사진제공=팬저의국방여행군이 통신용으로 사용하는 전자식 교환기. 이 장비를 수리하는 2차 하청업체인 씨씨포어는 불공정 하도급 계약에 맞서 소송을 치른 끝에 지난해 최종 승소했다. /사진제공=팬저의국방여행


정보통신망·전산기기를 유지·보수하는 중소기업 ‘씨씨포어’에게 지난 4년은 고된 싸움의 연속이었다. 화근은 동종 업계 선두인 A사와 지난 2013년 맺은 군용 통신장비 보수 하청계약이었다. 사업을 할수록 손해가 나는 저가 하청도 억울한데 A사는 씨씨포어가 계약 이행을 거부한다며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손해배상 소송까지 걸었다. 씨씨포어는 지난해 대법원까지 가는 다툼 끝에 승리를 확정하고 나서야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법률사무소 청지 소속 이병군 변호사는 법무부 ‘9988 중소기업법률자문단’의 문을 두드린 씨씨포어의 변호를 맡아 승리를 이끌었다. 그는 당시 상황에 대해 “A 업체는 낮은 단가로 일감을 낙찰받아 더 낮은 단가에 다시 하청을 주는 방식으로 사업을 벌이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송 과정에서 A사는 이미 다른 업체에 하청을 줬다가 가격을 이유로 거절당하자 씨씨포어에 떠맡기듯 하청을 준 사실이 드러났다”고 덧붙였다. 중소기업은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격 후려치기식 하도급 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계약은 체결 뒤에도 무효화하거나 고칠 수 있으니 미리부터 포기할 필요는 없다는 게 이 변호사의 조언이다.

2년여간 이어진 재판에서 씨씨포어가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는 불공정 하도급 계약을 맺었지만 성실히 의무를 이행하려고 한 점을 법원에 납득시킨 덕분이기도 했다. 이 변호사에 따르면 1·2심 법원은 모두 씨씨포어가 계약 이행을 위해 기술을 지원할 업체를 찾는 등 적극적 노력을 기울인 사실을 인정하며 A사의 계약 해지 통지가 적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 변호사는 “사소한 잘못이 있다고 해도 계약 해지는 갑자기 일방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내용증명 같은 방법으로 상대방의 귀책사유를 분명히 밝히고 기간을 정해 이행을 촉구하는 통지를 한 다음 해지 통지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중소기업들이 씨씨포어처럼 힘겨운 싸움에 맞닥뜨리지 않도록 법률이 제공하는 보호장치들을 꼼꼼히 챙겨보라고 조언했다. ‘하도급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은 공사업자가 도급받은 공사 중 일부를 하도급할 때 직접공사비 항목을 합한 금액보다 낮은 금액으로 하도급 대금을 결정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현저히 낮은 단가로 하도급 대금을 정했다면 피해 기업은 이 법을 근거로 시정을 요청하거나 증액을 청구할 수 있다. 또 원청업체가 도산하거나 대금을 지급하지 않을 때 미리 발주자의 승인을 얻은 하청계약에 대해서만 발주자에게 직접 대금을 청구할 수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씨씨포어 사례에서 원청인 A사는 발주자인 국방부에 사전 승낙을 얻지 않았다. 이 변호사는 “원청업체가 계약이행보증서나 증권을 요청하는 경우가 있는데 보증서를 먼저 발급해 줄 것이 아니라 원청업체로부터 계약금을 받고 나서 발급해 줄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씨씨포어는 A사와의 싸움은 이겼지만 현재 문을 닫은 상태다. A사가 소송을 진행하며 씨씨포어가 다른 곳에서 받아야 할 채권에 건 가압류가 너무 늦게 풀린 탓이다. 가압류 기간이 길어지면서 공공입찰 참가 자격에도 제한이 생겨 부득이 폐업을 선택해야 했다. 이후 씨씨포어는 이름을 바꿔 동종 업계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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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변호사는 “씨씨포어는 부당한 가압류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었지만 분쟁 비용을 고려해 하지 않았다”며 “배상액 산정에 인색한 법원의 태도가 전향적으로 바뀌어야 씨씨포어 같은 기업들이 실질적 구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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