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퍼스트회의 압승 요인을 (정책 등에서) 찾고 싶지만 보이지 않는다. 자민당이 제멋대로 굴러간 게 가장 큰 원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
일본 도쿄도의원 선거에서 신생 정당 도민퍼스트회가 승리한 원인은 ‘구시대 정치’와의 결별을 원하는 표심이 대안정당에 몰린 데서 찾아야 한다는 게 일본 정가의 대체적인 해석이다.
지난 2016년 9월 고이케 유리코 지사를 지원하는 의원들로 출발한 도민퍼스트회가 1년도 되지 않는 기간에 뚜렷한 정책을 제시하지 못했던 점을 감안할 때 이번 도쿄발 ‘선거 혁명’은 결국 자민당의 ‘구시대 정치’에 대한 유권자들의 심판 성격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권력형 비리에 염증을 느낀 국민들은 새로운 정치를 표방한 신생 정당에 기대감을 보내며 이들과 지지 세력에 127개 의석 중 79석을 몰아줬다.
3일 니혼게이자이신문도 반대 세력과 타협하지 않는 기존 정당의 ‘대결형 정치’ 등 기존 정치권의 구태가 국민들의 반감을 산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아베 신조 총리가 제1야당인 민진당을 중심으로 터져 나온 ‘사학 스캔들’ 해명 요구를 철저히 무시한 채 정부 정책에 대한 발목잡기로 규정하자 대결 구도로 위기를 넘으려는 기존 정치에 염증을 느낀 국민들이 결국 등을 돌리게 됐다는 것이다.
주요국에서 대안정당의 정치실험이 성공한 사례는 일본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프랑스에서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이끄는 ‘라 레퓌블리크 앙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LRM)’가 창당 약 1년 만에 올 5월 대선과 6월 총선 등 주요 선거에서 모두 압승하며 주목받았다. 마크롱의 집권에도 일본 자민당의 참패 사례처럼 공화당 거물이었던 프랑수아 피용 대선 후보의 가족 채용 스캔들이 주요 발화점이 됐다.
이들 대안정당들은 국민들의 ‘새 정치’ 요구에 부합해 기존 정당과의 선 긋기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주목받고 있다. 도민퍼스트회는 지난 5월 도쿄도의회 선거 공약으로 의원에게 지급되는 공용차를 폐지하고 의원 정무활동비에 식비를 포함하는 관행을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 LRM을 이끄는 마크롱 대통령 역시 지난달 의원들의 직계 가족 보좌관 채용을 금지하는 정치개혁법을 공표했다. 이 외에도 도민퍼스트회는 공청회를 통한 주민 참여 확대를 공약했고 LRM은 지역 토론회 등을 열며 최적화된 정책을 만들어내고 있다.
물론 정치 경력이 많지 않은 신생 정당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하지만 현재 일본 사회에서는 대선에 이어 총선에서까지 압승을 이끌어낸 프랑스 LRM의 사례처럼 도민퍼스트회의 돌풍이 어디까지 이어질지에 더 관심이 모이는 분위기다. LRM이 1년여 만에 강력한 여당으로 부상하며 프랑스의 ‘60년 양당 체제’ 자체를 무너뜨렸던 것처럼 ‘자민당 일당 체제’가 뿌리 깊은 일본에서 이번 선거를 계기로 어떤 변화의 길이 시작될지에 일본 및 국제 사회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