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에너지 공룡기업 토탈이 이란 가스전에 10억달러(1조1,450억원)를 투자했다. 3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토탈은 이날 이란 남부 걸프해역의 사우스파르스 가스전 제11공구 개발사업에 10억 달러를 투자하는 내용의 본계약에 서명했다. 지난해 1월 대(對)이란 제재가 해제된 후 이란에 글로벌 에너지 기업이 진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토탈은 지분 50.1%를 투자하고 중국 국영기업인 석유천연가스공사(CNPC)가 30%, 이란 국영석유회사(NIOC) 및 자회사 페트로파르스가 19.9% 등을 투자해 합작법인으로 사업을 추진한다. 지난해 11월 이들 기업은 이와 관련한 기본계약(HOA)을 맺었으며 단계적인 투자를 통해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총금액은 48억달러(5조5,000억원)에 달한다. 이란과 카타르가 공유하고 있는 사우스파르스 가스전은 지난 1990년대 초반 처음 개발됐고 하루 평균 5,000만㎥의 천연가스가 생산된다.
■8개월 만에 본계약 이유는
“대이란 경제제재 유예 유지”
美 입장 변화에 사업 재추진
토탈이 기본계약을 맺은 지 8개월이 지난 올 7월에야 본계약에 서명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 이후 미국이 정책 기조를 바꿔 이란과의 핵협상 타결에 따른 경제제재 유예를 유지하지 않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대두됐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이란 핵 협상에 대해 “최악의 협상”이라며 평가절하했고 취임 이후 버락 오바마 전 정부의 색채 지우기에 나서면서 이란 제재 유예가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대이란 제재를 유예하겠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와 관계개선에 나서며 ‘이란 흔들기’를 지속하고 있지만 이란 대선 직전 제재 유예 행정명령을 내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의 대선 가도에 힘을 보탠 바 있다. 이란에서도 핵협상 타결을 이끌어냈던 중도 개혁 성향의 로하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며 서구 기업과의 합작 기대감이 높아지는 등 사업 기반이 강화되고 있다. NYT는 토탈에 이어 로열더치셸 등 글로벌 에너지 회사들이 추가로 이란에 진출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이란에는 세계 최대 항공기 제조업체인 미국의 보잉사, 유럽 최대 항공기 제조사 에어버스, 프랑스 자동차 회사 푸조시트로앵(PSA)그룹 등이 진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