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예산적폐 없애라]기존사업에 돈만 더 얹어주는 추경...예산낭비로 이어져

심사기간 고작 두달...불요불급 사업 못 걸러내

"확장재정 필요하지만 추경보다 본예산 늘려야"







과거 개발연대식 예산구조를 고착화하는 데는 매년 반복되는 추가경정예산이 큰 몫을 하고 있다. 추경은 편성해야겠고 준비하는 기간은 짧다 보니 기존에 하던 사업을 단순히 증액하는 일을 반복해 예산개혁을 가로막고 있다.

우선 추경은 지난 2000년 이후 올해까지 17년간 총 13번이나 편성됐다. 물론 천재지변 등 어쩔 수 없는 일이 닥쳐 추경을 편성한 사례도 있다. 태풍에 의한 추경이 3번(2002년·2003년·2006년) 있었고 2015년에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으로 추경을 편성했다. 하지만 나머지 9번은 들어올 세금을 과대·과소 추계했거나 정치적인 필요로 단행했다.

문제는 새로운 사업에 예산을 쓴 게 아니라 기존 예산 틀 내에서 돈을 더 얹어주는 방식으로 추경이 편성됐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고착화한 경제발전 중심 예산체계를 더욱 굳어지게 만들었다. 일례로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올해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추경안의 경우 총 10조5,566억원(정부 발표 11조2,000억원 중 농어촌특별회계 등 제외) 중 95.5%인 10조813억원이 단순히 올해 예산사업의 총액을 늘린 것이었다. 나머지 4.5%인 4,753억원 중에서도 추경을 통해 새롭게 시작하는 순수한 신규 사업은 드물었다.


추경은 정부 편성부터 국회 통과까지 심사기간이 짧아 완성도가 떨어지고 결국 예산 낭비로도 이어지고 있다. 본예산은 매년 3월 기획재정부가 각 부처에 이듬해 예산신청 지침을 뿌리고 기재부 및 국회 협의를 거치는 등 연말까지 거의 1년 동안 심의 기간을 갖는다. 하지만 추경은 편성부터 집행 시작까지 고작 한두 달 사이에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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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의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점은 실제 수치로도 입증된다. 예정처에 따르면 2015년 메르스 추경 때 고용노동부의 ‘취업성공패키지’에 약 628억원이 증액됐지만 실제 집행된 예산은 본예산보다 적었다. 추경으로 증액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대구순환고속도로 사업에도 150억원이 추경으로 추가 투입됐지만 557억원이 미집행됐다. 문화체육관광부도 공연 티켓 1장을 구입하면 1장을 추가로 주는 1+1 사업에 300억원을 투입했지만 소진이 안 되자 지원 기준이던 5만원 이하 티켓을 7만원 이하로 바꾸면서 대형 기획사 등이 지원을 받았다는 게 예정처의 지적이다.

올해 추경 역시 빈틈이 많았다. 목적은 ‘일자리’ 추경이지만 일자리와는 상관없는 예산이 증액된 경우가 많았다. 추경 전체 규모는 키워야 하는데 신규 사업 발굴에는 한계가 있다 보니 생긴 일이다. 예정처에 따르면 농어촌마을 하수도 정비 사업(121억4,300만원 증액), 가상현실(VR) 콘텐츠 체험존 추가 설치(30억원 증액),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교체(2,027억4,700만원 증액) 등이 올해 추경안에 포함됐다. 정부는 “간접적인 고용효과가 있다”고 해명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일자리를 만들지 않는 예산은 없다는 반론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연구원 고위관계자는 “가계와 기업이 돈을 안 써 총수요가 부족한 상황에서 정부라도 확장재정을 펴야 한다”며 “다만 심사가 상대적으로 허술한 추경을 이용하기보다는 매년 본예산을 알차게 확장적으로 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매년 중반, 경기는 가라앉고 정부는 무엇인가 내놓아야 하니 추경을 편성해왔는데 이런 관행도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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