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오른 예술인들이 박근혜 정부 인사들을 상대로 제기한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이 국정농단 형사재판이 마무리된 후 본격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6부(함종식 부장판사)는 예술인 461명이 박 전 대통령, 김기춘 전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첫 재판을 3일 열고 “형사재판이 마무리돼야 이 재판을 진행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재판부는 “과연 블랙리스트가 존재하는지, 어떤 종류인지, 그 과정에 피고들이 어떻게 관여했는지 구체적인 행동이 있어야 하고 그게 위법한지 판단이 있어야 한다”며 “형사재판이 끝나야 구체적인 내용이 특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원고들이 어떤 손해를 입었는지, 또 그 손해는 피고들의 행위와 어떻게 관련이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원고인 예술인들의 소송대리인단은 “형사 사건 1심 판결이 난 뒤 증거를 정리하고 피고의 행위를 특정하겠다”고 말했다. 소송을 당한 박 전 대통령 측은 “소위 블랙리스트를 작성하라고 지시한 바가 없다”며 민사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김 전 실장이나 조 전 장관 측도 “블랙리스트 작성이나 관리에 관여했다는 구체적인 증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예술인 461명은 “블랙리스트로 인해 예술가들의 인격권, 사생활 비밀자유권은 물론 양심·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이 침해됐다”며 1인당 100만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올해 2월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