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화성-14형로케트’라고 밝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어느 정도의 성능을 갖고 있을까. 특히 어느 지역까지 타격할 수 있을까. 일단 미국 전역은 어렵지만 괌은 물론 하와이·알래스카가 사정권이다. 미국 중서부 지역까지도 사정권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아직 화성-14 로케트의 성능은 추정의 영역이다. 북한이 조선중앙TV를 통해 밝힌 사격 제원을 근거로 최대 사거리를 추산하면 미국 본토의 3분의1에서 절반가량을 사정권에 둘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밝힌 사격 제원은 수직에 가까운 최대 고각으로 발사해 최고 높이 2,802㎞에 도달한 후 낙하하기 시작, 동해상에 떨어졌다. 총 비행거리는 933㎞. 39분간을 날았다. 통상 각도로 발사했을 때 고각 발사의 도달 고도보다 4배의 사거리가 나온다는 점에서 화성-12호의 사거리는 최대 1만2,108㎞에 이른다는 계산이 나온다. 국제적으로 사정거리 5,500㎞ 이상이면 ICBM으로 분류한다. 즉 북한의 화성-12형은 ICBM이며 하와이와 알래스카의 미군 기지는 물론 미국 본토 중서부 지역에 대한 타격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북한 강원도 원산에서 쏘면 약 30분간 8,200㎞만 비행해도 미국 서부 연안 워싱턴주의 대도시 시애틀에 닿는다. 물론 지도상으로는 미국 동부까지도 도달할 수 있다. 그러나 곡선을 그리는 탄도 특성을 감안하면 미국 전역을 커버하려면 사거리 1만4,000∼1만5,000㎞는 확보해야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성-14형은 북한이 지난 5월14일 성공적으로 시험 발사한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에 2∼3단 추진체를 더한 것일 가능성에 전문가들은 주목하고 있다. 1단 추진체로 구성된 화성-12형은 정상 각도로 쏠 경우 사거리가 4,000∼5,000㎞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화성-12형의 1단 추진체 엔진은 북한이 3월18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발사장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참관 아래 연소시험을 한 고출력 엔진으로 당시 김 위원장은 엔진 연소시험을 ‘3·18 혁명’으로 부르며 극찬했다.
북한은 6월에는 이 엔진을 묶은 ICBM 2∼3단 추진체 엔진시험을 하며 ICBM 시험발사가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북한이 화성-12형을 기본 모델로 삼아 이 미사일의 2∼3단 추진체를 탑재해 단 분리 기술로 사거리를 3,000~4,000㎞ 더 늘린 것이 화성-14형이라고 분석하는 시각도 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화성-14형의 길이는 19∼20m로 추정된다”며 “화성-12형에 비해 길이도 길어졌고 동체도 굵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북한은 화성-14형을 이동식 발사대에 싣고 평북 방현 일대의 발사 장소로 이동한 다음 지상 고정시설에 거치해 발사했다. 공중으로 솟아오르는 화성-14형의 화염을 보면 1단 추진체에 주엔진 1개와 보조엔진 4개를 달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3·18 혁명’으로 불린 액체 엔진과 구조가 같다.
다만 북한이 ICBM 기술을 확보했다고 해서 실전 운용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ICBM이 실질적으로 표적을 타격하려면 대기권 재진입 기술과 탄두 소형화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재진입 기술은 대기권 밖으로 나간 탄두부가 다시 들어갈 때 발생하는 7,000도에 이르는 엄청난 열과 압력으로부터 탄두를 보호하고 균형 잡힌 삭마를 통해 정확하게 표적에 떨어지게 하는 고난도 기술이다. 북한의 재진입 기술은 섭씨 1,500∼1,600도 수준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재진입 기술과 탄두 소형화는 기초 기술과의 관련이 커 운반체 개발보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면서도 북한이 그동안 보여온 개발 속도를 감안하면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권홍우기자 hong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