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文대통령 G20 新베를린선언 내용은]文 "누란의 위기"...대화·경협서 제재로 對北전략 중심이동

남북경협 통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상 수정 불가피

'제재도 UN·미국 아닌 한국이 주도' 의지 담을 듯

靑 "대북압박은 수단 평화적 해결 의지는 여전"

주요20개국(G20)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독일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5일(현지시간)오전 베를린 테겔 공항에 도착해 폰 슈트라우젠부르크 의전 차장의 환영을 받으며 의장대 사열을 하고 있다./연합뉴스주요20개국(G20)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독일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5일(현지시간)오전 베를린 테겔 공항에 도착해 폰 슈트라우젠부르크 의전 차장의 환영을 받으며 의장대 사열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독일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다자외교 데뷔전을 앞두고 준비 중인 이른바 ‘신(新)베를린 선언’의 골간을 급거 수정하고 있다.

당초 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확인받은 대북정책 주도권을 바탕으로 베를린 연설을 통해 한반도 신경제구상이라는 큰 그림을 선보일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난 4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면서 궤도 수정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남북경협에 대한 비전이 당초 구상의 방점이었다면 수정된 안에는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에 한층 무게가 실릴 것으로 분석된다.

문 대통령은 5일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독일로 향하는 전용기에 오르면서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누란의 위기”라며 “발걸음이 무겁다”고 복잡한 심경을 내비쳤다. 6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쾨르버재단 초청연설을 통해 발표할 신베를린 선언의 기조 변화가 예고되는 대목이다. 청와대 관계자 역시 기자들과 만나 “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한) 출국 하루 전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기 때문에 문 대통령의 메시지도 수정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발표할 신베를린 선언에는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시절부터 지난 대선까지 강조해온 ‘한반도 신경제지도’에 대한 플랜이 담길 것으로 예상됐다. 한반도 신경제지도는 남북경협을 통해 한국의 경제지도를 북한과 유라시아대륙으로 넓히고 북한에 자본주의를 투입함으로써 경제통일과 체제통일 단계를 밟아가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북한의 ICBM 발사로 신베를린 선언에는 강도 높은 대북제재 등의 메시지가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은 출국 한 시간 전 한미 미사일 훈련을 통해 ‘참수작전’을 선보였다. 한국군의 현무-2A와 미 8군의 에이태킴스(ATACMS) 지대지미사일을 동시 사격해 목표물을 명중시키면서 언제든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겨냥할 수 있다는 강한 메시지를 공표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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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제재를 요청하는 주체가 유엔이나 미국 등이었다면 이제는 한국이 주도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가 담길 가능성이 높다. 미국으로부터 인정받은 대북 주도권을 대화뿐만 아니라 압박과 제재 과정에서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한미 양군의 미사일 훈련 역시 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안해 이뤄졌다. 북한에 대한 경고성 훈련을 문 대통령의 지시로 실시하면서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 과정도 한국이 주체적으로 요청하고 앞장서겠다는 선언으로 해석된다. 여권 관계자는 “우선은 제재와 압박의 수위를 높이되 그 과정에서 한국이 방관자가 아닌 주인으로서의 역할을 한다는 게 문 대통령의 생각으로 분석된다”며 “그래야 대화 국면이 왔을 때도 운전석에 앉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신베를린 선언의 내용 수정이 곧바로 남북 대결구도로의 정책 전환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제재와 압박은 ‘외교적 수단’일 뿐 평화적인 대북 문제 해결에 대한 문 대통령의 의지는 여전하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문 대통령은 5일 베를린에 도착한 후 한 호텔에서 동포 오찬간담회를 열고 분단과 냉전의 상징이던 베를린이 평화와 통일의 상징이 됐다고 평가한 뒤 “우리의 미래가 가야 할 길”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대한민국이 지구상에서 냉전을 완전히 종식시키는 나라가 되도록 하겠다”며 “제 다음 누군가는 통일 한국의 대통령으로 베를린을 방문할 수 있도록 제가 초석을 닦겠다”고 다짐했다.

문 대통령이 북한의 지속적인 도발에도 한반도 평화정착에 대한 자신감을 갖는 것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지난달 30일 치렀던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가 큰 후광효과를 발휘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재독 동포들에게 “북한이 여전히 도발을 멈추지 않고 있지만 한미 간의 공조는 굳건하고 갈등 요인도 해소됐다”고 밝혔다.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에 대해서는 “한미 두 나라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과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정착에 뜻을 같이했다”고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정착에 대해) 우리의 주도적인 역할과 대화 재개에 대한 미국의 동의와 지지를 확보한 것은 매우 중요한 진전”이라며 재독 동포들에게 “북핵 문제와 한반도 안보 문제에 대해 저와 새 정부를 믿으시고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에 힘을 실어주시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박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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