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지점의 통폐합 문제는 지난달 씨티은행이 126개 영업점 가운데 101곳을 올가을까지 폐지한다고 밝히면서 불거졌다. 여기에 금융노조가 가세하자 일부 여당 의원들이 은행 지점 폐쇄가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역행한다며 문제 삼아 지금과 같은 규제 법안 마련이 표면화했다. 4일 국회에서 은행법 개정 토론회가 열린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 자리에서는 정치권과 금융노조가 점포 통폐합을 금융 당국이 방관해서는 안 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은행업은 허가를 받아야 하는 면허사업으로 다른 산업과 달리 공공성이 요구되는 특성이 있다. 인터넷과 모바일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 계층이 은행을 이용하는 데 불편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도 은행 지점의 통폐합까지 금융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할지는 의문이다. 지점 개설과 통합은 기본적으로 은행 스스로 결정해야 할 사안이다. 은행의 군살 빼기와 경영전략 수립까지 관치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과잉 입법이자 규제만능주의다. 이런 식이면 못할 게 없다. 과도한 점포 축소로 은행 이용에 불만이 있다면 다른 은행으로 갈아타면 그만이다. 금융 당국도 법으로 강제할 사안인지에 대해 회의적이다. 비대면 취약계층의 은행 이용 불편 문제는 금융 당국이 전가의 보도로 활용해온 가이드라인으로 규율하는 방법도 있다. 핀테크 혁명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비대면 금융거래는 대세로 굳어지고 있다. 거미줄 영업망을 쳐놓고 앉아서 예대마진을 따먹는 시대가 저무는 마당에 규제 입법은 시대착오적 역주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