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로로 잡힌 한국인 일본군 위안부의 모습을 촬영한 영상이 73년 만에 공개됐다. 한국인 위안부의 참상을 증명하는 자료로 영상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영상 공개로 일본군이 위안소를 운영했다는 입증 자료가 더욱 탄탄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5일 서울시와 서울대 인권센터 정진성 교수팀은 중국 운남성 송산에 포로로 잡혀있던 위안부 7명을 촬영한 18초짜리 흑백 영상을 공개했다. 연구팀은 영상이 있을 것이라는 단서를 잡고 2년간 추적에 들어갔다. 미국 국립무서기록관리청 소장 필름 수백 통을 일일이 뒤진 끝에 연구팀은 이 영상을 찾아낼 수 있었다.
영상 속에서 미·중 연합군 산하 제 8군사령부 참모장교인 신카이 대위 (중국군 장교)로 추정되는 남성이 위안부 1명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나머지 여성들은 두려운 표정으로 침묵하고 있다. 고개를 푹 숙인 여성도 있다. 이들 모두 신발도 신지 못한 채 맨발로 서 있다.
영상이 촬영된 1944년 9월 8일은 아시아·태평양 전쟁이 일본의 패전으로 치닫고, 일본군이 점령한 중국 송산을 미·중 연합군이 탈환한 시기다. 일본군 위안부로 있던 24명 중 10명이 생존해 연합군 포로로 잡혔다. 연구팀은 영상 속 한국인 위안부가 정확히 누구인지 특정할 수는 없지만, 미·중 연합군이 포로 심문 과정에서 만든 ‘조선인 위안부 명부’에 적혀있는 이들이라고 설명했다. 명부에는 한국 이름과 당시 나이, 고향 등이 기재됐다.
중국 송산에서 포로로 잡힌 한국인 일본군 위안부의 모습/서울시 제공 |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여전히 일본 정부와 일본군의 공문서가 압도적으로 많이 활용되고 있다. 국내 연구자들의 문서 접근이 어려운 만큼 서울시와 연구팀은 해외 조사를 통한 자료 발굴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현재 위안부 할머니는 38명이 생존해 있다.
2015년 12월 한·일 위안부 합의 이후 박근혜 정부가 위안부 연구 관련 예산을 끊거나 삭감하자 서울시는 서울대 연구팀에 예산을 지원해 발굴 사업을 해왔다. 연구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강성현 성공회대 교수는 “더 늦기 전에 일본군 위안부 자료를 체계쩍으로 조사하고 수집할 필요가 있는 만큼 앞으로도 조사·발굴을 이어갈 계획”이라 말했다.
한국·중국 등 8개국 14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국제연대위원회는 위안부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유네스코에 2,744건의 기록물을 신청했으며, 올해 9월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다.
/조은지 인턴기자 eje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