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美 의회 반발 부닥친 트럼프...한미FTA 재협상 공세 약화?

"행정부 어떤 재혐상이든

의회와 협의 절차 준수해야"



일방적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추진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부의 적’을 만났다. 미 의회가 한국과의 FTA 재협상을 위해서는 의회와의 협의가 먼저라고 공개적인 반발에 나서면서다. 정상회담을 기회 삼아 우리 정부를 전방위적으로 압박하던 트럼프 대통령 공세도 누그러질지 주목된다.

5일 외신에 따르면 케빈 브래디 미 하원 세입세출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불씨를 당긴 한미 FTA 재협상 문제를 놓고 “행정부는 무역촉진권한(TPA·Trade Promotion Authority )에 따라 어떤 재협상이든 의회와의 탄탄하고 철저한 협의(robust and rigorous consultation) 절차를 준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행정부가 재협상이 아니더라도 현행 협정문을 바꾸기 위해선 의회에 ‘의견 청취(consult)’를 거치는 게 “필수적이다”고 지적했다.


데이브 레이처드 세입위 무역소위원장도 “한미 FTA는 발효된 지 5년밖에 안됐지만 내가 출생한 주에서는 (한국으로) 감자 수출이 80%가 늘었고 워싱턴의 체리에 대한 수요는 200%나 늘었다”며 “나는 한미 FTA를 옹호(champion)하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첫 번째 타깃이었던 북미 자유무역협정(NAFTA)의 경우 행정부가 미 의회에 재협상 의향서를 보낸 바 있다. 무역협정과 관련 미국 의회는 행정부에 무역촉진권한을 부여하지만 90일 동안 의견청취 등의 절차를 지키도록 하고 있다. 또 기한 만료 30일 이내엔 행정부가 구체적인 협정 내용을 보고하면 이를 찬반 표결에 부치게 된다.


미 의회가 제동을 걸면서 한미 FTA 재협상과 관련한 양국 간 갈등도 새 국면을 맞을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정상회담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FTA 재협상 관련한 공세가 거셌음에도 문재인 대통령의 “합의 외의 이야기”라고 잘라 말한 바 있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이와 관련해 “미국에서 의회 의견청취 등의 공식적일 절차가 시작되지 않은 만큼 우리 정부가 재협상과 관련해서 신중한 입장인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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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다만 공식적 절차가 시작되진 않았지만 사실상 재협상 수순에 들어갔다고 분석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미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한미 FTA 재협상을 위한 특별공동위원회 구성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양국은 FTA 발표 이후 정기적으로 공동위원회를 열어 협정 이행 사항을 점검하고 분쟁 등을 조정해 왔다. 공동위원회는 협정을 ‘개정(Amendment)’ 할 수 있는 권한도 갖는다. 정기회의가 아니더라도 일방의 요청이 있는 경우 30일 이내에 ‘특별’ 공동위원회가 자동으로 열린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미 FTA 협정문을 보면 양 당사국이 합의하면 협정을 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며 “합의문을 채택하는 것은 합의를 해야 하지만 개시하는 것은 일방이 공동위원회에 제기하면 자동으로 진행된다”고 말했다. 미 의회의 제동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공세 수위가 낮아질 순 있지만 사실상 재협상이 시작된 만큼 우리 정부도 능동적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은 특히 우리나라가 재협상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대통령이 재협상 요청을 철회하거나 혹은 협정을 파기할 수 있다. 협정 파기라는 극단적 선택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결국 재협상 카드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안덕근 교수는 “한미 FTA 재협상이 되면 우리가 엄청난 손해를 볼 거라는 인식이 많은데 그렇지 않다”며 “재협상을 통해 오히려 우리가 얻을 것도 있다. 협상 테이블에서 그걸 얘기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원목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선택은 요구를 철회하거나 혹은 협정을 파기하는 것 둘 중 하나다”며 “빨리 (재협상에 응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해 시기를 조정하고 이익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우리가 요구해야 할 부분에 대해서 요구하는 방식의 대응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김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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