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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창] 금리·신용위험 모두 살펴라

더글라스 피블스 AB 채권부문 최고투자책임자





금리 인상, 밸류에이션 고평가, 포퓰리즘 등은 채권 투자자들이 직면한 과제다. 이 같은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 투자자들은 일반적으로 금리민감 자산(글로벌 국채, 물가연동채권 등)과 성장민감 자산(고수익 회사채, 신흥국 국채 등)을 별도로 관리한다. 이러한 접근을 이론적으로 ‘분할정복(divide-and-conquer) 접근’이라고 한다. 신용 위험에 노출된 포트폴리오 내 특정 자산의 가격이 위험 수준을 반영한 적정 가격보다 너무 높으면 펀드매니저는 이 가운데 일부를 팔고 대신 금리 위험에 노출된 자산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위험 조정에 나선다.


하지만 이처럼 자산을 별도의 풀에서 관리하게 되면 수익창출의 기회를 놓칠 수 있으며 한쪽 위험에 지나치게 노출되는 위험까지 안게 된다. 채권 투자에서 ‘통합정복(combine-and-conquer) 접근’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통합정복 접근의 한 방법으로 상이한 성격을 지닌 두 자산에 병행 투자하는 ‘신용바벨’ 전략이 있다. 금리에 민감한 국채는 성장 둔화 국면에 좋은 반면 고수익 회사채 등은 성장이 가속화하거나 금리가 인상되는 시점에 좋은 성과를 낸다. 따라서 시장조건과 밸류에이션의 변화에 맞춰 포트폴리오를 리밸런싱하면 금리와 신용 사이클 간의 차이에서 상호보완 효과를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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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년간 투자자들은 금리위험과 신용위험의 균형을 생각하지 않고도 성과를 낼 수 있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금리는 낮아지고 물가 상승은 멈췄으며 글로벌 채권시장에서는 중앙은행의 정책이 가장 중요한 변수였다. 몇 년간 투자자들은 사실상 금리 위험을 무시한 채 지낼 수 있었던 것이다. 더욱이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으로 기업의 부도 가능성이 낮아지자 투자자들은 보다 대범하게 투자에 나설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세계 경제가 금융위기 여파에서 벗어나면서 국면이 완전히 변했다. 금리는 오르기 시작했고 주요국 중앙은행은 긴축기조로 돌아서고 있다. 이는 금리 상승에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부채가 많은 기업에는 나쁜 소식일 것이다. 또 경제·사회적인 불안정이 포퓰리즘에 불을 지피면서 정치 영역으로 위기의 불이 옮겨갔다.

지금과 같은 시장 환경에서 투자자들은 금리위험과 신용위험 모두에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일반 투자자들이 직접 자금을 이리저리 옮기며 포트폴리오를 리밸런싱하는 것은 쉽지 않은 작업이다. 특히 금리 향방과 여러 이벤트의 타이밍을 재는 것은 베테랑 전문가에게도 어려운 일이다. 또한 금리에 노출된 포트폴리오만을 운용하는 매니저는 금리 위험에만 집중하게 되기 때문에 글로벌 신용시장에 잠재해 있는 매력적인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두 성격의 채권을 유연하고도 균형 잡힌 방식으로 운용함으로써 채권 투자자들은 최선의 기회를 발굴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더글라스 피블스 AB 채권부문 최고투자책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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