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파이낸셜포커스] 과도한 정부 개입, 일자리 줄이는 부메랑 됐다

■수수료 인하 압박에...카드사 '다운사이징' 현실화

카드 모집인 올 2,000명 급감

"실적 악화에 구조조정 불가피"

신규채용 축소·희망퇴직 우려도

국내 카드사들이 지역 영업소를 대폭 감축하는 등 비용 절감에 나섰다. 정부의 카드가맹점 우대 수수료율 적용 확대에 따라 실적 악화가 우려되면서 카드사들이 잇따라 ‘다운사이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본지 6월24일자 1면 참조

일부에서는 오는 8월부터 영세·중소 카드가맹점 우대 수수료 범위가 확대되면 8개 전업 카드사의 수익은 급감할 것으로 알려져 다운사이징의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5일 카드 업계에 따르면 A카드사는 현재 25개인 지역 영업소를 3·4분기까지 15개로 축소하기로 했다. 영업소 축소는 장기적으로 카드 모집인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조직축소를 통한 비용절감에 나선 것이다. 실제 카드 모집인은 올 들어 꾸준히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신용카드 전업 모집인 숫자는 지난 2016년 말 2만3,835명에서 올해 5월 현재 2만2,011명으로 2,000여명이 급감했다.





태블릿PC를 이용한 카드 신청이 늘면서 서류를 접수하는 지역 거점인 영업소가 더 이상 필요 없게 된 측면도 있지만 새 정부의 우대 수수료율 적용 가맹점 확대와 내년에 수수료율 인하까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위기감에 카드사들이 조직축소에 나선 것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영업소 축소는 개별 회사의 문제가 아니라 대부분의 카드사들이 현재 진행중인 사안”이라고 말했다. B카드사는 카드 모집인 조직을 축소하는 동시에 모집인 채널을 통한 카드 유치 목표치도 확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모집인을 통한 카드고객 유치는 온라인이나 제휴를 통한 유치보다 비용이 훨씬 많이 들기 때문에 이 참에 아예 카드 모집 자체를 비대면으로 확대하려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일부 카드사들은 콜센터 상담원 감축에도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직 등 공백이 생겨도 충원하지 않는 식으로 사실상 전체 인원을 감축하는 구조조정에 돌입한 것이다. 카드사별로 상담원 규모는 1,000~1,500명인데, 연간 30~40%가 이직이나 퇴직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사들은 빈 자리가 생길때 마다 충원해 왔지만 최근 들어 충원을 포기하고 자연스레 전체 상담인력이 감소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오는 8월 영세·중소 가맹점 우대 수수료 범위가 확대되면 당장 8개 전업 카드사 연간 이익이 4,000억원 가량 급감할 것으로 카드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또 창업 가맹점이 영세·중소 가맹점 확정 이전에 낸 초과 수수료를 환급하는 방안이 현실화되면 800억원의 추가 이익 감소도 예상된다는 게 카드업계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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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유로 카드사들은 생존을 위해 불요불급한 인력부터 ‘정리’해 비용을 최대한 절감하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지역 영업소를 축소하고 카드 모집인과 콜센터 직원을 감축하는 것은 그 첫 번째 ‘시그널’이라는 게 카드업계의 설명이다.

정부가 가맹점 우대 수수료율 범위 확대나 수수료율 인하 등을 통해 영세·중소 가맹점을 돕겠다고 나서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 현실에서는 일자리를 줄이는 ‘부메랑’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2007년 이후 아홉 차례에 걸친 수수료 인하 과정에서 수익을 방어하기 위해 카드결제 확대나 업무효율 개선 등 온갖 자구책을 동원해왔다”며 “그러나 현재로서는 감소하는 수익을 보전할 뾰족한 수가 없어 비용 절감의 마지막 보루인 인력을 건드릴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일부에서는 정부 개입으로 카드사 수익악화가 누적되면 카드사들이 첨단기술 도입을 통해 관련 일자리를 대체할 공산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때문에 실적악화로 카드사들이 벼랑으로 몰리는 내년에는 신규 채용 감소나 희망퇴직 단행도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와 함께 금융지주나 대주주가 비용 절감 압박을 거세게 할 경우 부가서비스 축소에 나서는 카드사들도 잇따를 전망이다. 아직은 당국의 눈치를 보느라 선뜻 서비스 축소에 나서는 카드사들이 없지만 수익악화가 가시화되면 생존을 위해 눈치 보지 않고 각종 혜택을 줄여 결국 고객들이 받을 서비스만 하향 평준화 되는 부작용도 생겨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조권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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