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난치병 위해…인간 '신의 도구' 유전자 가위 잡나

오늘부터 獨서 전문가 회의

인간 적용 관련 규제 등 논의

한국법제硏 "이미 실용화 단계

법적 토대로 불확실성 줄여야"

0615A16 국가별 유전자 가위 연구 현황 (온라인용)


주요 선진국들이 유전자 가위를 이용한 ‘교정 기술(gene editing)’을 난치병 치료에 적용하는 문제를 놓고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간다. 교정 기술을 연구하는 과학자뿐만 아니라 법과 규제를 담당하는 각 국의 전문가와 정책 담당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유전자 가위’ 기술의 적용 문제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법제연구원은 6일과 7일 이틀간 독일 베를린 연방교육연구부 청사에서 ‘첨단치료를 위한 유전자기술의 거버넌스, 정책 그리고 사회’를 주제로 전문가 회의를 개최한다고 5일 밝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담당자를 비롯해 OECD 회원국의 정책 담당자, 연구자 등 전문가 90명이 참석하는 이번 회의에서 3세대 유전자 가위인 ‘크리스퍼 카스9(CRISPR/Cas9)’ 관련 규제 및 법률에 대해 다룰 예정이다. ‘크리스퍼 카스9(CRISPR/Cas9)’는 인간의 유전자를 교정함으로써 난치병을 해결할 혁신 기술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정미 한국법제연구원 글로벌법제연구실장은 “유전자교정 기술은 연구개발 수준을 넘어 의료 목적으로 실용화되는 단계에 있다”며 “과학기술 혁신의 법적 토대를 마련함으로써 불확실성을 줄이는 동시에 혁신의 비용을 최소화할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이 모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질병을 일으키는 악성 유전자 돌연변이를 제거하는 동시에 건강에 이로운 유전자는 끼워 넣는 ‘유전자 교정’ 기술은 인류의 질병 문제를 해결해 줄 혁신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반면 기술 발달이 우월한 유전자만을 인위적으로 선택하는 ‘맞춤 아기’ 혹은 ‘디자이너 베이비’ 시대를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도 큰 상황이다. 본격적인 기술 적용에 앞서 사회·윤리적 논의가 전제돼야 한다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그 동안 기술 발전이 불완전하다는 이유로 먼 미래의 일로 치부됐던 게 사실이다.

악성 돌연변이 제거 가능하지만

우월 유전자 인위 선택 우려도

세계 곳곳 기술 선점 경쟁 가속

“가이드라인 필요” 목소리 커져


하지만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데다 세계 곳곳에서 기술 선점을 위한 과학자간 경쟁도 가속화되는 상황이다. 지난해 6월 미국 국립보건원(NIH) 자문위원회가 펜실베이니아 연구팀의 암 환자 치료에 유전자 가위 기술 적용 제안을 승인한 데 이어 같은 해 11월 중국 쓰촨대 연구팀 역시 악성 폐암 환자의 몸 속에 유전자 가위로 변형한 면역 세포를 주입하는 임상 시험에 들어갔다. 또 유전자 가위 기술을 사용하지 않았지만 어머니가 가진 난치병 유전인자를 제거한 ‘맞춤 아기’가 유럽에서 탄생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생명윤리법에 가로막혀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유전자 가위 임상·연구 등이 금지된 상황이지만 글로벌 흐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선 규제 문턱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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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열리는 전문가 회의는 이 같은 규제 비대칭 문제를 해소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아울러 유전자 교정 기술에 관한 글로벌 가이드라인 등을 만드는 마중물 역할도 가능할 전망이다.

왕승혜 한국법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가이드라인 개발은 최소 10년이 걸리는 장기 작업인 만큼 이번 회의에서 당장 가시적인 합의가 나오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도 “국제적 맥락에서 합의가 요구되는 문제이기에 꾸준히 회의를 갖고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회의는 한국법제연구원의 주도로 마련됐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연구원 측은 “글로벌법제연구사업의 일환으로 OECD 과학기술정책국 바이오나노융합연구반과 공동으로 ‘유전자 교정 기술의 개발과 책임 있는 활용을 위한 지침 개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며 “내년께 공동 연구가 끝날 예정이지만 국내외 지지가 있다면 관련 연구를 지속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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