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CJ오쇼핑 '남방 CJ' 철수...대기업, 中 사업 구조조정 본궤도

휴대폰·車업계 법인 축소·딜러들도 잇따라 이탈

사드보복 中 기업 경쟁력 강화 기회의 땅이 무덤으로

정교한 가격 정책 펼치고 철저한 현지화 전략 세워야





중국에 진출한 국내 대기업들의 현지 사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고 있다. 매출 감소로 대형마트와 홈쇼핑 업체들이 중국에서 잇따라 철수하고 휴대폰·자동차 판매가 줄면서 법인 축소와 딜러 이탈이 속출하고 있다. 중국 경제 성장률이 둔화되면서 질적 변화가 이뤄지고 있는데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따른 보복으로 사업 환경이 극도로 악화되면서 ‘기회의 땅’이 ‘무덤’으로 바뀌고 있는 모습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CJ오쇼핑은 최근 해외사업 구조조정을 위한 컨설팅 결과 연내 중국 광저우 기반의 남방CJ 사업을 접기로 결정했다. 중국에서 고전하고 있는 대형마트도 짐을 싸고 있다. 이마트는 연내에 남은 6개 점포를 완전 철수하기로 했다. 사드 여파로 총 99개 매장 중 74개 매장이 영업정지를 당한 롯데마트는 수천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유통 업체뿐 아니라 전자·자동차와 같은 제조 업체도 실적 악화로 구조조정 압박을 받고 있다. 중국에서 스마트폰 판매량이 급감한 삼성전자는 최근 중국법인 영업망에 대한 대대적인 정비에 나섰다. 차이신 등 중국 언론은 삼성전자 중국법인이 1일부로 7개 지사를 정리하는 작업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역시 사드 보복으로 올 상반기 중국 실적이 반토막 난 현대·기아차는 창저우 공장 일시 가동중단 등을 통해 생산량 조절에 나섰다. 특히 일부 딜러들이 이탈하는 등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판매망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유통 기업 ‘차이나 엑시트’ 본격화=홈쇼핑 업계의 해외개척 선두주자였던 CJ오쇼핑까지 중국 철수 전략을 검토하자 한국 기업의 ‘차이나 엑시트(China Exit·중국 탈출)’가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통 업계에는 가뜩이나 합작사·현지화 문제 등 영업하기 어려운 것으로 정평이 난 곳에서 사드 갈등까지 겹쳐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CJ오쇼핑의 남방CJ 철수는 현지 업체들의 저가 공세가 극심해진데다 사드 보복 장기화 등으로 영업 요건이 악화된 게 원인이다. 남방CJ는 지난 2014년 30억원, 2015년 7억원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무려 201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증권 업계에서는 2004년 CJ오쇼핑이 업계 최초로 해외에서 설립한 동방CJ까지 철수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롯데홈쇼핑 역시 운영 중인 중국 사업권 3곳 가운데 산둥·윈난 등 2곳에 대한 매각작업을 지난해부터 벌이고 있어 사실상 중국 사업을 청산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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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철수 움직임은 대형마트에서도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사드 배치로 한국 제품 불매운동 등 중국 내 영업환경이 악화되자 그 속도가 훨씬 빨라진 분위기다. 롯데마트의 경우 현재 효율화를 통한 구조조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적자가 큰 점포에 대해서는 폐점 등 다양한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이마트도 올 5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직접 ‘중국 완전 철수’를 천명했다. 점포 위약금 등이 남았지만 사업 영속이 어려운 만큼 이르면 연내 6개 중국 매장 전부를 처분할 계획이다.

◇제조 업체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중국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은 제조 업체도 마찬가지다. 스마트폰 판매량이 감소하며 고전 중인 삼성전자는 중국법인 영업망 축소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중국 영업조직 개편이 진행 중이나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다”며 “조직 효율성을 위해 영업망을 정비하는 것으로 시장 철수의 개념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시장조사 기관인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 1·4분기 중국 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3.3%로 전년 동기 대비 5.3%포인트나 감소했다.

현대·기아차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중국 실적이 3월부터 6월까지 4개월 연속 50% 이상 급감했다. 하반기에 다소 상황이 나아지겠지만 현 추세라면 연 판매량이 100만대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자동차 배터리 업체들은 중국 정부의 규제 강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중국 베이징에 전기차 배터리팩 공장을 운영해왔지만 1월부터 가동을 중단했다. 중국 정부가 자국 배터리 업체를 보호하기 위해 배터리 모범인증 규제와 함께 외국 기업에 대해서는 배터리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견제에 나서면서 사업환경이 악화된 탓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의 구조적 변화와 로컬 기업의 경쟁력 향상으로 국내 기업들이 기존 패러다임으로는 중국 내 사업을 영위하기 힘든 만큼 적극적인 현지화 등 새로운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조철 산업연구원 중국산업연구부장은 “모바일 쇼핑이 커지면서 대형마트나 홈쇼핑 등 기존 유통채널의 입지가 좁아졌고 중국 휴대폰·자동차 업체들의 품질이 상당히 향상되면서 한국 제품과의 격차가 크게 줄었다”면서 “한층 정교한 가격 정책과 함께 적극적인 현지화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 /성행경·윤홍우·윤경환·이지윤기자 saint@sedaily.com

성행경·이지윤·윤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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