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시론] 잠실운동장 일대를 혁신거점으로

온영태 경희대 건축공학과 명예교수

스포츠·MICE 복합단지 조성

4차 산업 이끌 '리빙랩' 최적지

사용자·생산자 공동 혁신 유도

미래도시 성장동력 만들어야





런던 테크시티. 실리콘밸리와 견줄 만한 세계 디지털 혁명의 허브이자 도시 혁신의 아이콘이다. 원래는 오래된 공장과 버려진 창고가 즐비하고 범죄와 일탈이 끊이지 않던 대표적인 슬럼가였으나 런던 중동부의 첨단기술 클러스터로 탈바꿈했다. 런던이 기존의 전통적 금융 중심지에서 탈피해 정보기술(IT)과 미디어 산업이 융합 발전하는 첨단도시로 발전 전략을 선회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영국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국가 신산업 육성정책을 구체화했다. 특히 런던 올림픽 개최 준비 과정에서 주 경기장과 호텔·미디어센터 등 관련 시설들이 첨단산업과의 융합 발전 가능성을 고려해 개발되면서 IT와 첨단산업 중심의 혁신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다.

현재 테크시티에서는 구글·인텔 같은 글로벌 IT기업은 물론 미디어와 서비스 기반의 많은 기업이 활동하고 있다. 신생 벤처기업인 스타트업에 대한 정책 지원으로 글로벌 투자 자본이 몰리면서 일자리도 늘어나게 됐다. 잘 다듬어진 도시개발 전략이 결국 돈과 사람이 모이는 혁신 거점을 만들었고 궁극적으로 그 도시의 미래성장 동력이 됐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서울 잠실운동장 일대를 스포츠와 마이스(MICE) 복합단지로 조성한다는 서울시의 계획은 서울에 또 다른 변화를 불러올 혁신 거점으로 충분한 발전 가능성을 지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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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운동장은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등 세계적인 스포츠 이벤트를 치르면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역할을 했다. 또 최근까지도 야구·농구 등의 프로 스포츠는 물론 다양한 생활체육을 위한 시민의 여가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 여기에 첨단 유망 산업과 융합 발전하는 MICE 복합시설이 개발된다면 기존의 스포츠 시설만으로는 기대할 수 없는 새로운 도시의 미래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도심 내 복합단지 조성은 글로벌 도시의 트렌드이자 도시경쟁력의 원천이다. 글로벌 MICE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싱가포르는 전시컨벤션과 카지노·호텔·식물원 등이 복합된 마리나베이샌즈를 개발함으로써 글로벌 비즈니스 시티로 입지를 한 단계 높였을 뿐 아니라 1만3,000명 이상의 고용창출 효과도 얻었다. 쇠퇴해가는 구도심에 ‘LA 라이브’를 조성한 미국 로스앤젤레스(LA)도 비슷한 사례다.

서울도 잠실운동장 일대, 현대자동차 GBC 부지, 그리고 영동대로 복합 개발까지 완료되면 코엑스와 잠실운동장 일대를 잇는 도심형 MICE 인프라 단지가 완성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은 물론 관광객 증대 등으로 싱가포르 못지않은 경제적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이뿐 아니다. 잠실운동장 일대는 첨단 유망 산업과 관련한 기업들의 혁신을 리드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다. 세계 유수의 도시들은 이미 실제 생활 현장에서 아이디어와 인재·자본이라는 양분들이 서로 융합될 때 창의적인 서비스와 상품이 탄생할 수 있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생활 현장에서 사용자와 생산자가 공동으로 혁신을 만들어가는 살아 있는 실험실, 즉 리빙랩이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잠실운동장은 우리의 수출과 경제 성장을 이끌어 온 IT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테헤란로 끝자락에 자리 잡고 있다. 정부는 테헤란로를 중심으로 스타트업밸리를 조성해 기술 창업의 국가적 공간으로 집중 육성함으로써 런던 테크시티를 넘어서는 세계적인 스타트업 혁신 거점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잠실운동장 일대는 스포츠와 MICE 등 다양한 형태의 활동이 이뤄지면서 테헤란로에서 개발된 상품과 기술을 시험할 수 있는 최적의 리빙랩으로 기업 혁신을 리드하는 공간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쪼록 새로운 차원의 성장동력을 이끌어내는 서울이라는 도시의 지혜를 기대해본다.

홍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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