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현정은의 현대' 부활 신호탄...'엘리베이터' 끌고 '아산' 민다

[현대그룹 '연지동 사옥' 5년만에 되찾는다]

현대상선 계열 분리 후 그룹 안정

5년 셋방살이 설움 떨치고 재매입

현대엘리 승강기 사업 고공행진

현대아산도 北관광 재개 기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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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 사옥 /연합뉴스현대그룹 사옥 /연합뉴스


현대그룹은 지난 2010년께부터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해운 시황 악화 여파로 유동성이 고갈되면서 고강도 구조조정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현대증권 등 핵심 계열사와 자산을 줄줄이 매각했다. 한때 재계 서열 1위였던 현대그룹은 최근 현대상선마저 계열 분리되면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정하는 대규모기업집단(자산 규모 5조원 이상)에서 제외됐다. 현대그룹의 신분은 ‘중견기업’으로 바뀌었고 구성원들의 자존심도 내려앉았다. 이번에 현대그룹이 2012년 당시 눈물을 머금고 매각한 연지동 본사 사옥을 5년 만에 되찾는 것을 계기로 현정은 회장의 그룹 재건 작업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정은 회장 ‘숙원 사업’ 연지동 사옥=현대그룹 연지동 사옥은 현대가(家)의 심장과도 같은 ‘계동 사옥’만큼이나 현 회장에게는 의미가 크다. 현 회장은 2003년 그룹 회장 취임 이후 ‘현대그룹의 부활을 위해서는 계열사들이 모두 모일 수 있는 통합 사옥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그룹 본사로 쓸 사옥 확보를 숙원 사업으로 내걸었다.

현대아산 등 현대그룹 계열사들은 앞선 2001년 현대차그룹에 매각한 계동 사옥을 임차해 쓰고 있었다. 현 회장은 2003년 고(故)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의 급작스런 작고로 회장에 취임했지만 계동 집무실을 쓰지 않고 당시 종로구 적선동에 있던 현대상선 사옥을 썼다.


현 회장은 2005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3년여를 물색한 끝에 2008년 삼성카드 본사 건물로 쓰였던 연지동 사옥(당시 은석빌딩)을 매입했다. 1년 넘게 200억원 가까이 들여 리모델링을 마친 후 2010년 감격적인 입주식을 가졌다. 현 회장 취임 7년 만에 현대그룹 통합 사옥을 갖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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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은 물론 현대유엔아이와 당시 현대택배·현대경제연구원 등 금융 계열사들을 제외한 모든 계열사가 연지동 사옥으로 모였다. 현 회장은 사옥 동관 2층 고객 접견실에 고(故) 정주영 현대 창업주와 남편인 정몽헌 회장의 얼굴 모습과 어록 등이 담긴 인테리어를 주문했을 정도로 애착을 보였다.

하지만 2012년 현대상선을 중심으로 유동성 위기가 닥치며 입주 2년여 만에 사옥을 매각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안타깝지만 그룹이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연지동 사옥 재매입 주체인 현대엘리베이터는 인수대금 2,500억원 가운데 일부를 자체 자금으로 충당하고 나머지는 금융권 차입 등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그룹 측은 “사옥 매입과 관련해 아직 확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그룹 재건 나선 계열사들=현대그룹을 위기의 소용돌이에 빠뜨렸던 현대상선이 지난해 7월 계열 분리되면서 그룹도 점차 안정을 찾고 있다. 비록 그룹 주축이었던 현대상선과 현대증권·현대택배 등이 떨어져 나가면서 덩치가 예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왜소해졌지만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아산을 중심으로 고군분투하며 재건을 모색하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의 승강기 설치 대수는 지난 2·4분기 5,825대로 전년 동기 5,024대보다 16% 급증했다. 지난달에는 창사 이래 최초로 월간 설치 대수가 2,000대를 넘겼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현대상선 지원 리스크가 사라졌다’면서 잇따라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했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점유율 1위인 국내 시장에 만족하지 않고 해외로 눈을 돌려 해외법인 수도 계속해서 늘리고 있다.

2007년 금강산 관광객 피습 사건으로 금강산관광이 전면 중단되면서 10년간 ‘밥줄’이 끊긴 현대아산도 최근 분위기가 살아나고 있다. 남북 관계가 살얼음판을 걷고 있지만 문재인 정부가 민간교류를 활용한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확고히 하고 있는 만큼 중단된 개성공단 가동과 금강산관광이 재개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다. 현대아산은 2004년 중단했던 크루즈관광 사업을 최근 재개하기도 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언제든 대북 사업이 재개될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준비하고 있다”면서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국가적 차원의 사명감과 자부심을 가지고 현대아산에서 근무하고 싶어하는 임직원들이 아직 많이 있다”고 전했다.

그룹 재건을 위한 새로운 먹거리 마련에도 분주하다. 현대그룹은 신사업 발굴을 위해 신기술 금융사인 현대투자파트너스를 설립했다. 현 회장의 외아들인 정영선씨가 이사로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한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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